사회 사회일반

수능 승부처 된 국어…비문학 독해·문법 공략하라

첫 학력평가 난이도 작년과 비슷

올해도 '불국어' 기조 이어질 듯

취약부문 기출문제에 집중하고

비문학 문제는 많이 풀기보다

한 지문이라도 완벽 이해 필요




“구는 무한히 작은 부피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부피 요소들이 빈틈없이 한 겹으로 배열되어 구 껍질을 이루고 그런 구 껍질들이 구의 중심 ‘O’ 주위에 반지름을 달리하며 양파처럼 겹겹이 싸여 구를 이룬다. 이때 부피 요소는 그것의 부피와 밀도를 곱한 값을 질량으로 갖는 질점으로 볼 수 있다. (후략)”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1교시 언어영역에서 이 지문을 읽으면서 상당수 수험생은 재수를 직감했을지 모른다. 지난해 ‘불수능’의 주범이던 국어영역,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웠다고 평가받는 31번 문항에 나온 지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가 국어 문제가 아니라 물리 문제라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실제 고난도 문제들의 영향으로 지난해 수능에서 국어의 1등급 표준점수가 132점으로 수학 등 다른 과목보다 높게 나와 대학입시의 승부처가 됐다.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뀐 상황에서 당분간 이와 같은 출제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수험생들은 올해 수능에서도 국어에 집중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첫 전국 모의고사로 주목을 받았던 지난 7일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도 국어영역의 고난도 출제는 이어졌다. 학력평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하는 수능과 달리 출제 주관이 서울특별시교육청이지만 지난해 수능의 기조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김명찬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연구소장은 “수능 개편 이후 가장 어려웠던 전년도 수능과 비교하면 약간 쉬운 수준이지만 전반적으로 어렵게 출제됐다”며 “가장 어렵게 출제된 파트는 과학·기술·경제 지문으로 학생들에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 수능 체제하에서 국어영역의 고난도 출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병진 이투스 평가연구소장은 “영어가 절대평가가 되면서 변별력을 유지하는 영역이 줄어들어 국어에서 변별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출제자 입장을 고려해보면 향후 수능에서도 국어는 어렵게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국어가 수능에서 중요해지면서 사교육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 교과 사교육비 조사 결과 국어는 1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2% 증가했다. 총액은 주요 과목들 중 큰 편이 아니지만 증가율은 영어(4.6%)와 수학(2.9%)을 압도하는 것이다.



수능에서 국어영역 고득점을 노리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국어영역이 5개 분야로 나뉘어 출제되는 만큼 수험생마다 취약한 부분을 스스로 파악해 지금부터 준비해나가야 한다. 김병진 소장은 “보통 학생들의 경우 독해 분야는 열심히 하지만 작문과 문법 파트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며 “국어영역이 앞으로 더 어려워진다면 문법에서 변별력이 갈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문법은 꼭 한번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약한 분야를 파악했다면 기출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김 소장은 “기출문제를 횟수별로 무조건 많이 풀 게 아니라 같은 영역으로 많이 풀어봐야 한다”며 “문법이 부족하다면 문법 기출문제를, 독해가 부족하다면 독해 기출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수능 31번 문항처럼 어려운 비문학 지문도 국어영역 고득점을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집중해야 할 분야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수험생들이 비문학 지문을 가장 어려워하고 실제 정답률도 낮게 나오는 편”이라며 “문과는 과학 지문, 이과는 예술 지문을 어려워하기 때문에 낯선 유형의 지문을 찾아 많이 읽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문학 지문의 경우 반복적으로 문제를 많이 풀기보다 하나의 지문을 읽더라도 완전히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도 나왔다. 오 이사는 “무조건 많이 푸는 것은 시간 낭비에 불과할 수 있다”며 “기본적인 독해력을 키우는 것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문제를 많이 풀기보다 하나의 지문이라도 시간을 들여서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어영역은 수능 첫 시간에 치러지는 만큼 수험생 입장에서 마인드 컨트롤도 매우 중요하다. 교육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수능 국어영역을 망치고 그 여파가 수학과 영어로 이어진 수험생들이 많았다”며 “평소에도 수능 시험시간에 맞춰 교과 공부를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컨디션을 조절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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