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이건희부터 강호찬까지...'공시가 1위' 트라움하우스 사람들

2005년 공시가격 첫 공개한 이래 14년째 부동의 1위

이건희, 최재원, 강호찬 등 국내 대표 기업가들 보유

최고급 자재에 방공호까지 갖춘 '은밀한' 상류사회

국내 최고가 주택 명성답게 14년간 가격도 2배 올라

올해 가장 비싼 공동주택으로 발표된 서울 서초동 트라움하우스5차. /연합뉴스올해 가장 비싼 공동주택으로 발표된 서울 서초동 트라움하우스5차. /연합뉴스






지난 14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위 10위 주택의 리스트 가운데 최정점을 차지한 것은 서울 서초동의 고급빌라 ‘트라움하우스 5차’다. 5층으로 구성된 연립주택 단지의 최상층에 위치한 전용면적 273.64㎡ 가구의 올해 공시가격은 68억 6,400만원으로 2위인 서울 한남동 ‘한남더힐(55억 6,800만원)’보다도 12억 9,600만원 비쌌다. 오름 폭이 크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공시가격인 68억 5,600만원보다 0.11% 상승하기도 했다.

트라움하우스 5차는 2006년 이후 전국에서 가장 비싼 공동주택 자리를 14년째 놓치지 않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과연 어떤 특별함이 이 집을 이토록 값비싼 주택으로 자리매김하게끔 하는 것일까. 그리고 과연 이곳에서는 대체 누가 살고 있는 것일까. 서울경제신문이 ‘대한민국 상위 1%의 집’으로 불리는 트라움하우스 5차의 소유자들과 주거 환경 등에 대해 알아 봤다.


■이건희부터 강호찬까지… 상위 1% 재력가들의 집

‘재력가들의 집’으로 유명한 트라움하우스 5차는 A·B·C 등 총 3개 동, 18가구로 구성된다. 소유자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다. 그는 지난 2008년 95억원에 A동의 한 가구를 매입해 화제가 됐다. 다른 소유자들의 면면을 살펴봐도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인이 많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8가구로 구성된 A동은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 △경주현 전 삼성종합화학(현 한화종합화학) 회장 △김석규 한국몬테소리 대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이 보유하고 있다. 최 부회장과 김석규 대표 등은 트라움하우스 5차가 분양된 2004년 무렵부터 지금까지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6가구로 구성된 B동에는 한때 ‘외식업계의 귀재’로 불린 이선용 전 푸드스타 대표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국 최초의 패밀리 레스토랑 ‘TGI프라이데이스’ 만들고 2009년 이를 롯데리아에 매각하며 유명세를 탔다. 30년간 남성 와이셔츠 제작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한독어패럴의 설립자 이현규 전 대표 등도 B동의 한 가구를 보유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아들이자 가업을 이어 한독어패럴을 이끌고 있는 이창훈 현 대표는 미스코리아 출신 방송인 설수현 씨와 화촉을 밝혀 화제가 됐다. 고 정주영 회장의 조카로 기초소재, 자동차부품 등 수많은 후방산업체를 거느리고 있는 후성그룹의 김근수 회장과 또 중소기업은행장, 서울신탁은행장, 조세금융연구소 회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 금융계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남상진 전 채무부 차관의 부인 최 모씨도 B동 소유자다.

4가구가 있는 C동에 거주하는 대표적 기업인은 강호찬 넥센타이어 대표다.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의 외아들로 지난 14일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한때 C동의 한 가구를 소유했던 류방희 풍산건설 대표는 서울경제신문이 등기부등본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더 이상 이 곳에 살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평창동 한 고급주택 단지의 모습/서울경제DB서울 평창동 한 고급주택 단지의 모습/서울경제DB


■최고급 자재는 기본 방공호까지 갖춘 ‘그들이 사는 세상’


고급주택건설 전문 기업인 대신주택(현 ㈜트라움하우스)이 1991년부터 지어 분양한 트라움하우스는 독일어로 ‘꿈의 집(Traum Haus)’라는 의미를 지닌다. 1992년 완공된 1차부터 순차적으로 분양한 2·3차, 2003년 준공된 5차까지 존재한다. 대부분이 복층 형식으로 꾸며져 있고 내·외부 시설에 최고급 수제품과 외국산 마감재가 사용된 고급 주택으로 유명하다. 이중 마지막으로 분양된 5차가 14년째 가장 비싼 공동주택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으며 이전에는 트라움하우스 3차가 초고가 주택으로 이름을 떨친 바 있다.

관련기사



트라움하우스 시리즈는 단순히 비싼 주택이라는 이름을 넘어 국회의원과 기업인 등 상류층이 거주하는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더 유명하다. 실제 부동산 관계자들은 트라움하우스 5차를 가리켜 “돈만 있다고 누구나 입주할 수 있는 곳은 아니”라고 귀띔한다. 이들에 따르면 트라움하우스를 소유하려면 소속 회사의 이름 등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하고 지적 수준도 어느 정도 증명돼야 한다고 한다. 단지 내부는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 있어 전혀 안을 들여다볼 수 없으며 입구가 하나뿐이라 모든 출입자가 실시간으로 파악된다. 유일하게 접근 가능한 지하3층 주차장에는 24시간 보안요원이 상주하고 엘리베이터를 탑승하려면 주민에게만 주어지는 보안카드가 필요하다. 게다가 각 세대마다 엘리베이터와 로비가 구분돼 있어 다른 집으로 들어갈 수 없는 구조다.

내부 구조가 언론 등에 노출된 적도 거의 없다. 중개업자 등에 따르면 트라움하우스 5차 내부는 이탈리아산 대리석 바닥이 깔리고 미국산 스팀사우나 등 최고급 자재들로 꾸며졌다. 리히터 규모 7 지진도 견딜 수 있는 특수 설계 기법인 ‘면진층 공법’도 적용됐다. 지하에는 핵폭발도 견딜 수 있는 최고두께 80cm의 지하벙커가 마련돼 있다. 최대 2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이 벙커는 외부 공기와 식수를 정화해주는 시설과 화장실을 갖춰놓고 있어 외부 물자 조달 없이도 2개월을 버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심 한복판에서 떨어져 조용한 것은 물론 서리풀공원과 맞닿아 쾌적한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극소수 수요층에도 가격 상승 꾸준… 14년 만에 2배 올라

트라움하우스5차 18가구 중 가장 면적이 큰 전용 273.64㎡ 주택은 국토부가 공시가격을 공개한 2005년 이래 14년 동안 국내 최고가 공동주택 지위를 유지하는 중이다. 가격 추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2005년 32억8,000만원으로 국내 최고가 주택 자리에 오른 후 2006년 40억, 2007년 50억 4,000만원으로 연간 20%를 웃도는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집값이 요동쳤던 2008년 무렵에는 트라움하우스의 가격 역시 잠시 주춤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타 공동주택 등과 비교해 값이 급락하는 등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국내 최고가 공동주택의 자리도 내주지 않았다. 부동산 값이 안정세로 접어든 2011년 이후 트라움하우스5차의 가격은 다시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해 2012년 52억, 2013년 54억, 2014년 57억 등으로 매년 2~3억씩 상승을 거듭하다 4년 전인 2015년 마침내 한 가구당 6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1월 기준 공시가격은 68억 6,400만원으로 2005년 공시가격이 최초 공개된 14년 전과 비교해 딱 2배 정도 가격이 상승했다.

이는 공시가격일 뿐 실제 거래가격은 훨씬 웃돈다는 게 중개업자들의 평가다. 다만 거래 자체가 극히 드물어 정확히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 국토부 실거래가 등에 따르면 트라움하우스 5차 거래는 2003년 완공된 이후 6건에 그쳤다. 매매가도 46억여원에서 120억여원으로 다양했다. 고급주택을 주로 중개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트라움하우스 5차는) 초고가 주택인 만큼 매물이 많지 않고 수요층도 극도로 한정돼 있다”며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이라도 내부 인테리어나 보유자의 상황 등에 따라 매매가가 천차만별이고 합의하는 가격이 곧 시세”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고급빌라 수요층은 비슷한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려는 욕구가 강해 영향력 있는 누군가를 따라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도 종종 나온다”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이곳을 매입했을 때 호가가 150억원을 웃돌기도 했다”고 귀뜸했다. 전세입자도 종종 등장하는데 최근 30억여 원에 전세 거래가 성사된 경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경미·권혁준·이희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