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특수 고용직 고용보험 의무화에 되레 설계사 일자리만 사라질판

업종 특성 다른데 일률적 적용

보험사 月 1,075억 비용 추가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불보듯

설계사 83.5% "자율에 맡겨야"

최근 논의되고 있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사회보험 의무적용은 보험설계사들의 앞날까지 위협하고 있다. 대부분의 특수고용직과 보험설계사는 업종 특성이 다른데도 일률적인 제도 적용으로 인해 결국 설계사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915A05 설계사설문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말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수고용직은 대리운전 기사, 택배 기사,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와 보험설계사 등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임금노동자로 간주하지 않는다. 고용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실업급여가 없고 국민연금도 지역가입자로 가입해야 한다. 이 때문에 그동안 특수고용직 근로자들이 노동 사각지대에 처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사회안전망 강화라는 좋은 취지지만 문제는 전체 특수고용직 근로자 중 70%를 차지하는 보험설계사의 직업적 특수성이다. 국내 보험설계사 중 상당수가 다른 직업과 보험을 병행하는 투잡족인데다 더 높은 수수료를 받기 위해 단기간에 자발적으로 보험사·보험대리점을 옮기는 경우가 많다. 보험설계사는 13개월 이상 한 직장에 정착하는 비율이 40%에 불과하다. 실업급여의 요건(이직 전 24개월 동안 12개월 이상 보험료 납부)도 맞추기 어렵다. 고용보험에 가입해도 본인 부담만 늘고 혜택을 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8월 보험설계사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83.5%가 고용보험 가입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거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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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보험사 입장에서도 보험설계사 관리에 드는 비용이 늘면서 저성과자를 중심으로 인력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커진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사회보험 의무적용의 사회·경제적 영향과 대안’ 토론회에서 “40만여명의 보험설계사들에게 4대 보험이 적용되면 보험사는 월 1,075억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줄이기 위해 6만~15만명 수준의 인력 감축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결국 저성과자 퇴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며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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