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美풍자쇼 ‘SNL’

2008년 미국 NBC 방송의 인기 코미디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aturday Night Live·SNL)’에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 버락 오바마 연방상원의원의 얼굴 가면을 한 카메오가 등장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 부부 역할을 한 연기자들과 대사를 주고받던 그 신사가 가면을 벗자 놀라움과 환영의 박수가 쏟아졌다. 순간 시청률도 급등했다. 진짜 오바마가 모습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SNL에 얼굴을 내민 유명인은 40년이 넘는 프로그램 역사만큼 많고 다양하다. 전직 대통령으로는 오바마와 아버지 부시가 직접 출연했고 포브스 발행인 스티브 포브스도 나온 적이 있다. 당대를 대표하는 톱스타들은 셀 수 없을 정도다. 1975년 10월 첫 방송된 SNL은 정치와 문화를 풍자하는 내용이 많은데 무엇보다 그 시대의 핫이슈를 신랄하게 비꼬는 패러디로 유명하다. 특히 대선 같은 굵직한 일정이 있는 해에는 후보들을 겨냥한 풍자로 시청자들을 쥐락펴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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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정치평론가들은 실제로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며 ‘SNL 효과’로 부르기도 한다. 미국 캘빈대는 2008년 대선 결과를 예로 들기도 했다. 세라 페일린 공화당 부통령 후보 역할을 맡았던 연기자의 명연기 덕분에 대중들이 그녀에 대한 이미지를 나쁘게 인식했고 그 결과 러닝메이트였던 대선후보 존 매케인이 낙마했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 집에서는 러시아가 보여요”라는 황당한 발언은 페일린 본인이 한 것이 아니라 SNL 작가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SNL은 우리와도 인연이 있다. 한 케이블방송이 판권을 수입해 2011년 12월부터 6년간 ‘SNL코리아’라는 이름으로 방영하기도 했다. 다음달 13일에는 방탄소년단이 본방송에 게스트로 나와 신곡을 첫 공개하면서 개그도 보여준다니 기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SNL을 맹비난하는 폭풍 트윗을 올렸다는 소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지 않았다면’이라는 가정하에 세상의 모습이 어땠을지를 담은 내용이 방영되자 당국 조사 필요성에 러시아와의 공모의혹까지 제기했다고 한다. 얼마나 기분이 나빴으면 저런 반응을 보였을까 싶지만 풍자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아량이 아쉽기도 하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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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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