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대사관 낙서 이어 김일성·김정일 초상화 내동댕이...'정중동' 자유조선

인터넷에 관련 영상 공개…"북한 영내" 주장

이달 초 '북한 임시 정부' 수립 주장한 후

지난 10일엔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에 낙서

지난 달 스페인 북한대사관 침입 배후설도

자유조선이 지난 20일 홈페이지에 올린 영상에서 한 남성이 벽에 걸린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를 떼어 내고 있다./자유조선 홈페이지 캡쳐자유조선이 지난 20일 홈페이지에 올린 영상에서 한 남성이 벽에 걸린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를 떼어 내고 있다./자유조선 홈페이지 캡쳐



이달 초 ‘북한 임시 정부’ 수립을 선언한 북한 체제 반대 단체 ‘자유조선(옛 천리마민방위)’이 지난 20일 인터넷에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를 훼손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들은 동영상의 제목을 ‘조국 땅에서(In Our Homeland)’라고 달았다. 즉, 동영상 촬영 장소가 북한 영내라는 주장이다. 지난 10일 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북한대사관 외벽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난하는 ‘낙서 테러’를 감행한 데 이어 또 한번 존재감을 과시한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달 22일 스페인 북한대사관 괴한 침입 사건 배후로도 이들을 지목했다.

이들이 게시한 영상에는 모자이크 처리로 신분을 숨긴 남성이 등장한다. 남성은 사무실로 추정되는 공간의 벽에 나란히 걸린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를 떼어내 바닥으로 힘껏 내동댕이친다. 그 순간 유리 액자는 산산 조각 나고,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신격화를 타도한다. 조국을 위하여 우리는 일어난다.”라는 자막이 등장한다.


자유조선은 김 위원장의 이복형으로 지난 2017년 살해 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을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세상에 존재를 드러냈다. 당시엔 단체명으로 ‘천리마민방위’를 사용했으나 이달 초 단체명을 ‘자유조선’으로 바꾸고, 북한을 대표하는 임시 정부 건립을 선언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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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밤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 벽에 등장한 스프레이 낙서. 정문 오른쪽엔 ‘김정은 타도 련대 혁명’, 왼쪽엔 ‘자유조선 우리는 일어난다!’라는 글이 적혀 있다./수미샤 나이두 트위터 캡처지난 10일 밤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 벽에 등장한 스프레이 낙서. 정문 오른쪽엔 ‘김정은 타도 련대 혁명’, 왼쪽엔 ‘자유조선 우리는 일어난다!’라는 글이 적혀 있다./수미샤 나이두 트위터 캡처


지난 10일에는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의 외벽에 자유조선 로고와 ‘자유조선 우리는 일어난다!’‘김정은 타도 련대 혁명’ 등의 스프레이 낙서가 그려졌는데, 이 역시 자유조선이 주도한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실제 자유조선은 낙서 사건이 발생한 직후 홈페이지에 ‘쿠알라룸푸르 용기’라는 제목의 짧은 글을 통해 “조용히 자유를 갈망하는 지금은 비록 외롭습니다. 그러나 용기로 인하여 한 명 한 명 우리는 만나게 될 것입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스페인 북한 대사관에 괴한이 침입해 직원들을 결박한 후 컴퓨터 등 집기를 훔쳐갔던 사건 역시 이들과 관련성이 있다는 보도가 최근 미국에서 나왔다.

한편 자유조선은 지난 17일 홈페이지에 ‘모든 언론인들께’라는 글을 올렸다. 이들은 게시글을 통해 “혹시라도 우리 단체 구성원의 정체를 파악하게 되더라도 신원에 대한 비밀을 지켜달라”며 “(북한) 정권의 독점적 권력을 반대하거나 이에 도전하는 자들은 국경을 넘어서까지 암살과 테러의 대상이 된다”고 요청했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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