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 철회를 요구하는 의회 청원 서명자 수가 53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영국 의회에서 주관한 청원 역사상 최다 기록으로, 영국 전체 인구의 8%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같은 결과는 EU 탈퇴가 국민의 의지라고 반복적으로 언급해온 테리사 메이 정부의 주장과도 정면 배치되는 결과라 향후 브렉시트 정국에서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25일(현지시간) 가디언과 텔레그래프 등 영국 주요 매체에 따르면 메이 영국 총리에게 EU 탈퇴의 근거 규정인 ‘리스본 조약 50조’ 철회 및 EU 잔류를 요구하는 의회 청원 서명자 수가 이날 오전 5시 기준 532만 7,272명을 기록했다. 가디언은 “의회 청원 웹사이트가 만들어진 이래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종전 기록은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EU 잔류 또는 탈퇴가 모두 60% 이상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경우 제2 국민투표를 열어야 한다는 청원으로 당시 총 서명자 수는 414만 262명이었다”고 전했다.
지난달 20일 개시된 이 반(反) 브렉시트 청원은 메이 총리가 EU에 브렉시트 탈퇴 시점을 3개월 연기하겠다고 발표한 지난 21일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그날 오전까지만 해도 80만 명 수준이던 서명자 수는 오후 들어 분당 2,000명씩 늘어나기도 했다. 청원에 서명하려는 온라인 접속이 폭주하면서 청원 사이트가 두 차례 다운되기도 했다. 영국 정부는 1만 명 이상 서명한 모든 청원에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10만 명 넘게 서명한 청원은 관련 토론 개최도 검토한다.
한편 브렉시트 처리 방법을 두고 거센 사임 압박을 받고 있는 메이 영국 총리가 사태 해결을 위해 의회가 주도권을 갖는 이른바 ‘의향 투표(indicative vote)’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 안은 하원의 과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브렉시트 방안을 찾을 때까지 제안된 여러 옵션에 대해 의회가 주도권을 갖고 수 차례 투표를 실시하는 것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의 스티븐 스윈포드 정치부 부에디터는 “브렉시트 취소·2차 브렉시트 국민투표·EU 관세동맹 및 단일 시장 잔류 등 다양한 옵션을 두고 다수의 의견을 묻는 표결을 실시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