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나흘간의 중국 방문을 마치고 27일 귀국했다.
비건 대표는 이날 오후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워싱턴행 유나이티드 항공 UA808편으로 귀국했다. 비건 대표는 수행원 4명과 함께 일반 통로를 통해 탑승장으로 이동했고,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방중 기간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향후 대응방안을 놓고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외교부는 비건 대표의 방중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는 않았다. 미 국무부 역시 통상 비건 대표의 일정을 사전 공개하는 것과 달리 이번에는 왜 중국에 갔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비건 대표가 지난 24일 베이징에 도착한 것으로 전했다. 이날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북 추가 제재를 중단하도록 지시했다는 돌발 트윗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날린 직후다. 이를 두고 SCMP는 미국 정부가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미중 무역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는 전문가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비건 대표가 귀국길에 오른 후 한 소식통은 “비건 대표가 중국 측에 2차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대북 제재의 충실한 이행 등 중국의 역할을 당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비건 대표의 방중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유럽 순방으로 외교 라인이 대거 자리를 비웠음에도 불구하고 리수용 북한노동당 국제 담당 부위원장이 베이징을 경유해 눈길을 끌었다. 리 부위원장이 베이징에서 하룻밤을 머물면서 비건 대표와의 회동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확인되지 않았다.
또 다른 소식통은 “비건 대표가 북한 측과 접촉한 동향은 파악되지 않았다”면서 “26일 댜오위타이(조어대)에 장시간 머무르면서 아마도 쿵 특별대표와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고 북한과 당 대 당 교류를 하는 채널인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 측과도 만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비건 대표는 14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한국 등 17개국 대표와 접촉하며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했다. 이후 런던을 방문해 영국·프랑스·독일의 대북 실무자들과 북한 정세에 대해 협의했다. 비건 대표는 중국에서 귀국한 뒤 한국 측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