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597곳의 주주총회가 열린 ‘슈퍼 주총데이’에서 기업들은 다양한 경영전략을 내놓으며 주주들의 마음을 다잡기에 나섰다. 속전속결로 안건 처리에만 급급했던 과거 주주총회와 달라진 모습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에 따라 주주의 권한이 강화되자 구체적인 사업목표를 제시하거나 강화된 주주친화 정책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비전 선포 행사로 열기를 모은 주총도 있지만 정족수 부족으로 안건 처리에 실패하는 상장사도 적지 않아 대조를 보였다.
NHN엔터테인먼트(181710)는 29일 판교에서 열린 주총에서 사명을 NHN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NHN은 기존 게임과 핀테크 사업 이외에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핵심기술 발전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사명을 바꾸고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새로운 출발에 나선다. 정우진 NHN 대표는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경쟁환경에서 NHN만의 장점을 살려 기술 발전 및 사업 확장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경제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을 돌파하겠다는 기업들의 의지도 확인됐다. 손경식 CJ제일제당(097950)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본사에서 열린 주총에서 “올해 세계 경제는 글로벌 무역분쟁 장기화 우려, 선진국 통화 긴축 기조에 따른 신흥국 금융불안 가능성 등 여전히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한계를 넘어선 도전정신으로 두 단계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과감하게 도전해 최고의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강신호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는 지난해 인수한 미국 슈완스컴퍼니와의 인수 후 통합작업(PMI)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내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해 한 단계 도약하겠다는 기업들도 적지 않았다. 김택진 엔씨소프트(036570) 대표는 이날 판교 사옥에서 열린 주총에서 “개인용컴퓨터(PC) 게임 회사에서 모바일로, 그리고 더 나아가 콘솔 게임으로까지 플랫폼을 확대할 것이며 플랫폼의 경계를 뛰어넘어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사랑받는 글로벌 종합 게임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민회 CJ ENM(035760) 대표도 “글로벌 사업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국내외 성공 DNA와 역량을 기반으로 해외에 진출한 사업들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패션 기업 LF(093050)는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오규식 LF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해 출시해 대박을 친 남성 화장품에 이어 올해 하반기에는 여성 화장품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LF는 이날 사업영역에 ‘전기·전자용품 제조 및 판매’도 추가했다.
주주들에게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공언하기도 했다. 이날 풀무원은 주주 200여명이 참석한 ‘열린 주총’을 통해 지난해 주주들이 제안한 액면분할을 올해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풀무원은 주요 관심사를 임직원과 주주들이 토론하며 앞으로의 사업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넷마블(251270)도 이날 지배주주 순이익의 최대 30% 범위 내에서 배당 또는 자사주를 매입하겠다는 주주환원 정책을 예고했다.
주총이 몰리면서 우려했던 대로 안건 처리에 실패한 상장사도 속출했다. 판타지오(032800)·유비벨록스(089850)·형지I&C(011080)·일야(058450)·서진시스템(178320)·신화실업(001770)·인디에프(014990)·코맥스(036690)·에코바이오(038870) 등은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감사선임 안건이 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