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의 회계 쇼크 이후 신용평가사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회사채,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시장성 차입은 신용등급에 따라 조기 상환되는 경우가 많아 기업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신평사의 영향력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행 자본시장법은 기업이 시장에서 회사채,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을 공모로 발행하려면 2곳 이상의 신평사에서 신용등급을 받도록 하고 있다. 시장성에서 돈을 조달한 기업이 제때 돈을 갚지 못할 것을 대비해 투자자에게 회사의 정확한 신용 상태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과거 신평사는 기업의 돈을 받고 등급 장사를 한다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신평사 입장에서는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일감을 주는 기업에 나쁜 등급을 주기 어려웠다. 하지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신평사의 입지는 점차 커졌다. 등급 장사의 폐해를 막기 위해 감독 당국이 영업부서와 리서치 부서 간 방화벽을 강화한 것도 ‘예스맨’이었던 신평사를 변화시켰다. 현재 국내 3대 신용평가 중 2곳은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피치와 무디스의 자회사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이해 상충을 줄이기 위해 외국계 신평사 중심으로 재편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수주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실무 부서의 의견이 톤 다운되는 일도 줄었다. 지난달 22일 아시아나가 감사의견 ‘한정’을 받자 계약 중인 신평사 2곳이 바로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 대상에 올린 것은 이런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준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