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작당해서 나를 욕할 때도 나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네놈들이 나를 욕한다고 해서 내가 훼손되는 게 아니고, 니들이 나를 칭찬한다고 해서 내가 거룩해지는 것도 아닐 거다. 그러니까 니들 마음대로 해봐라. 니들에 의해서 훼손되거나 거룩해지는 일 없이 나는 나의 삶을 살겠다.’”(김경,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 2005년 생각의나무 펴냄)
‘칼의 노래’ ‘남한산성’의 작가 김훈은 ‘외롭지 않으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세상 여기저기에 널린 ‘외롭다’는 말이 당최 무슨 뜻인지를 모르겠다는 이 꼿꼿한 작가는 혼자 있을 때 도리어 존엄함과 충만함을 느낀다고 했다.
살다 보면 외로움을 모면하기 위해 정작 스스로에게 비겁해질 때가 있다. 욕먹고 싶지 않다, 잘 보이고 싶다, 인정받고 싶다…. 무리 속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인간의 본능은 당연하지만 이런 욕망에 압도되면 삶의 중심은 무너지고 눈치 보고 기웃거리는 껍데기만 남는다.
작가 허지웅은 “남한테 사랑받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면 결국 세상에서 제일 인기 많은 시체가 된다”는 말을 남겼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좋아요’와 타인의 시선에 목말라하는 세대의 폐부를 찌른다. 공격받고 욕먹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만큼 사랑받고 주목받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 역시 인생에 독이라는 이 말은 김 작가의 가치관과 통한다.
하루를 살아내면서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남보다 먼저 굽실거리려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또 나를 둘러싼 뒷담화와 소문·비난에 억울해지고 가슴이 탈 때마다 김 작가의 말을 곱씹어본다. 나는 타인에 의해 훼손되지도, 거룩해지지도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나의 삶’을 사는 것이다.
줏대 있는 우리 시대의 사회문화 인사들을 인터뷰한 이 책은 지금은 안타깝게도 절판됐다. 이 책의 부제목은 ‘이 시대 가장 매혹적인 단독자들과의 인터뷰’였다.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