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위의 영화관 사업자인 메가박스가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확장 드라이브’에 나서고 있다. 서울 월드컵경기장 입점과 강남 코엑스몰 임대차 계약 연장에 이어 전국 극장 숫자도 가파르게 늘려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메가박스의 이런 공격적인 외형 불리기를 놓고 ‘점유율 확대를 통해 시장 판도를 재편할 것’이라는 기대와 ‘영화관 사업의 전반적인 정체 속에서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메가박스는 최근 기업공개(IPO) 대표 주관사로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을 선정하고 상장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했다. 이르면 연내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내년에는 증시에 입성할 전망이다. 지난 1999년 설립된 메가박스는 영화관 운영을 주업으로 하는 회사다. 지난해 메가박스의 시장 점유율(입장권 매출액 기준)은 18.7%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최저점이었던 2015년(16.6%) 이후 꾸준히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국내 1위 CJ CGV, 2위 롯데시네마와 함께 3강 체제를 구축했다.
이런 가운데 메가박스는 상장 과정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위한 몸집 불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CGV를 밀어내고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멀티플렉스 운영자로 최종 선정된 것이다. 2003년 이후 15년 동안 월드컵경기장에서 복합상영관을 운영해 온 CGV는 재입찰 경쟁에서 메가박스의 ‘통 큰 베팅’에 밀렸다. 월드컵 경기장이 자리한 상암동 지역은 서울 북서부의 핵심 상권으로 공중파 3사와 미디어 관련 기업 등 약 400개 회사가 입주한 곳이다.
메가박스가 지난달 고비용 지출을 감수하고 한국무역협회와 코엑스몰 임대차 계약을 연장한 것 역시 상장을 앞둔 시점의 공격적인 투자와 무관하지 않다. 메가박스는 지난 20년 동안 한국무역협회에 연간 영업수익의 5.04%를 임차료로 냈으나 2020년부터는 이 비율이 7%로 올라간다. 기존 계약에서 13억4,800만원으로 설정된 최소 보장금 역시 갱신 과정에서 상향 조정됐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처럼 메가박스가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면서 극장 숫자 역시 빠른 속도로 늘려가고 있다. 실제로 메가박스의 극장 지점 개수는 2016년 85개에서 2108년 100개로 2년 만에 17.6%나 증가했다. 이 같은 상승 폭은 업계 2위인 롯데시네마(7.1%)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현재 IB 업계에서는 메가박스의 기업가치가 상장 시점에 5,000억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메가박스 투자자들은 내심 8,000억원 수준까지 기대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확장 드라이브를 통해 점유율 확대를 꾀하겠다는 메가박스의 전략을 놓고 업계에서는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영화관을 찾는 연간 관객 수가 지난 2013년 2억명을 처음으로 돌파한 이래 정체 상태를 이어오고 있는 데다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의 급성장으로 극장 사업의 미래 전망 역시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374억원이었던 메가박스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08억원으로 떨어졌는데 상장 과정에서의 무리한 투자가 수익성 하락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