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관투자자와 자산운용사가 참여하는 아시아지배구조협회(ACGA)가 한국의 차등의결권 도입 논의에 관련한 우려를 표시했다.
ACGA는 10일 서울 강남 파르나스에서 기업지배구조 개선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이용구 법무실장 등 법무부 관계자와 네덜란드 공적연금 운용공사(APG) 등 해외 주요 기관 투자자들이 다수 참여했다.
제이미 앨런 ACGA 사무총장은 “한국은 최근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인 기업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하고 있고, 이에 기업들도 주주와 소통 노력 등 자발적인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나, 소수주주권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아시아 지역 규제 당국은 투명 경영·책임 경영의 가치에 대해서는 인지하면서도, 공정한 경영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상장사 공시 규정 개정 등 투자자·주주와 소통이 강화된 데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ACGA는 이날 간담회에서 차등의결권 도입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벤처기업 차등의결권 도입과 관련해서는 “5보 후퇴하는 것”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강한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차등의결권이란 하나의 주식에 다수 의결권을 부여해 경영자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제도다. 기업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써 필요하다는 의견과 경영 세습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 부딪혀왔다. 더불어민주당이 벤처 활성화를 위해 벤처기업에 한해 주당 2~10개의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게끔 허용하자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ACGA는 2016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한국의 기업지배구조를 아시아 12개국 중 9위로 평가한 바 있다.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은 개회사를 통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 및 국민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해 국회에서 관련 상법 개정안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법무부는 기업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돕고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해 지속가능한 성장구조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하는 상법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내 기업 입장에서도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를 하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유치 타깃”이라며 “간담회에서 제시된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국회 상법 개정안 논의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