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여명] 부메랑 될 대기업의 해외 스타트업 M&A

이철균 시그널부장

금산분리·지주회사법 거미줄규제에

기술·인력 탈취 '색안경'까지 겹쳐

삼성·LG전자 국내 벤처 M&A '0'

자금부족·신기술 제약 악순환 반복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이 ‘GE벤처스’를 통해 사들인 스타트업은 100개가 넘는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 역시 ‘구글 벤처스’를 설립한 이래 투자기업이 300개에 달한다. 국적을 가리지 않았지만 상당수는 미국의 스타트업이 투자대상이었다고 한다.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들의 기술개발 성공 가능성은 높아졌고 대가로 받은 돈으로 또 다른 스타트업을 창업해 신기술의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이라고 다를까. 일본 내의 스타트업을 직접 인수하고 있다. 다이이치제약공업은 이와테대의 의약품 연구조직인 바이오코쿤연구소를 인수했고 야후재팬은 요리 동영상사이트 델리를 샀다. 일본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는 근래 들어 더 활발한데 지난해 10월까지 49건으로 지난 2017년(46건) 수치를 앞질렀다. 과거 20건을 밑돌던 것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우리는 어떨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해 종속기업으로 신규 편입한 ‘국내’의 스타트업은 없다. 혁신기술을 갖고 있는 스타트업 인수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례적인 결과다. 대신 눈은 해외로 향해 있다. 스마트싱스부터 루프페이·조이언트·위스코·코어포토닉스까지 삼성전자가 인수한 해외 굴지의 스타트업이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인수를 검토할 정도로 국내에 마땅한 제조 스타트업이 없었을 수는 있다. 업계는 대기업 인수합병(M&A)을 향한 부정적 인식과 각종 규제를 더 큰 이유로 꼽는다. 대기업이 기술력이 뛰어난 국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게 쉽지 않다. 시선이 너무 차갑다. 기술과 인력을 탈취했다는 올가미가 씌워지기 일쑤다. 거미줄 규제 역시 여전하다.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부터 자회사 편입의무 편입비율, 계열사 간의 부당거래,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대기업의 벤처 투자나 M&A를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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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투자환경이라고 좋을까. 자본 여력이 없는 스타트업 대부분은 정책자금이나 벤처캐피털(VC)이 주요 자금원이다. 문제는 투자자금의 회수다. 기술개발에 성공해 기업공개(IPO)를 하면 회수는 쉽다. 하지만 IPO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자본을 필요로 한다. 벤처를 기준으로 IPO 건수는 24개(지난해 10월 기준)에 그쳤다. 2016년이나 2017년 역시 각각 36건, 40건에 불과했다. IPO를 통한 투자금 회수가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다. 기술개발 후 M&A 시장을 선호하는 스타트업 창업주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도 투자자금의 회수는 여전히 IPO 방식에 쏠려 있다. 금융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벤처기업 투자 후 M&A를 통한 회수금액은 405억원(2018년 10월 말 기준)으로 IPO를 통한 회수(2,353억원)의 5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미국이 M&A와 IPO를 통한 회수(2017년)가 각각 382억2,000만달러, 497억7,000만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쏠림이다.

더욱이 대기업이 스타트업 M&A를 해외에서만 찾을 때, 이는 또 다른 부메랑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은 설득력 있다.

대기업에 기업을 판 스타트업은 확보한 자금을 밑천으로 해 또 다른 기술기업 창업을 일으킨다. ‘투자→성장→기업공개나 M&A 통한 회수→재투자’의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런 선순환이 경쟁국에서 만들어지도록 정부가 방조한 꼴이다. 반면 기술력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 이탈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해외에서 투자받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국내의 기술창업시장은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다.

정부는 물론 스케일업 펀드에 12조원을 조성하면서 관제 벤처를 늘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반쪽이다. 세계 유니콘 기업의 60%는 대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고 마케팅·기술화 등의 도움을 받아 탄생했다(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고 한다. 대기업이 활발하게 스타트업에 대한 M&A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문을 열어줘야 하는 이유다./fusioncj@sedaily.com

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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