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난기류 만난 공격용 헬기·무인기 국산화

[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

국내 기술개발 지연에 사고 이어져

주한미군은 유·무인기 연계운용 공개

단독작전 때보다 생존·효율성 높여

미국산 소프트웨어 등 구매 압박

軍, 무인기 국산화에 성공하더라도

통제기능 갖춘 아파치 한대도 없어

국산 'LAH+무인기' 조속개발 필요

아파치와 독수리의 조합. 미 육군의 대형 공격헬기 아파치 롱보우와 MQ-1C 그레이 이글이 비행장에 나란히 주기되오 있다. 두 기체 모두 무장을 장착하지 않은 클린 상태지만 아파치는 16발, 그레이 이글은 헬파이어 미사일을 각각 탑재할 수 있다./제너럴 아토믹사 홈페이지아파치와 독수리의 조합. 미 육군의 대형 공격헬기 아파치 롱보우와 MQ-1C 그레이 이글이 비행장에 나란히 주기되오 있다. 두 기체 모두 무장을 장착하지 않은 클린 상태지만 아파치는 16발, 그레이 이글은 헬파이어 미사일을 각각 탑재할 수 있다./제너럴 아토믹사 홈페이지



군의 헬기전력 증강과 무인기 사업에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정해진 일정에 따라 진행하려던 대형무인기와 공격용 헬기 사업이 얽히고설켰다. 자신했던 국내 개발이 지연을 거듭한 반면 해외기술 개발과 실전 배치가 예상보다 빨라진 게 가장 큰 이유다. 이런 기류의 영향을 받는 사업은 크게 네 가지. 군단급 무인기와 중고도 무인기, 소형공격헬기(LAH)와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 등이다. 네 가지 사업에 투입될 사업비를 합치면 약 8조원. 단일사업이라면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규모다. 밥상이 커서 그런지 변수가 하나 더 생겼다. 미군의 최근 움직임이 이례적이다. 최신 운용교리를 한국군에 전파하고 있는 것. 미국산 무기체계를 수입해 쓰라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미군, ‘아파치헬기의 무인기 통제’ 시범=주한미군은 지난주 중 군산 공군기지에서 아파치 공격헬기와 MQ-1C그레이 이글 무인기를 연동하는 시범을 보였다. 아파치 부조종사가 그레이 이글도 통제(조종)한 것. 시범을 본 관계자들에 따르면 무인기의 지상관제센터에서 통제권을 넘겨받은 아파치는 무인기의 조합(MUM-T·Manned and Unmanned Team)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정찰 및 공격 능력을 선보였다. 위험지역에 투입된 무인기가 능선 뒤의 아파치에 전장 정보를 보내면 아파치 조종사들의 판단에 따라 공격 패턴이 정해진다. 무인기가 목표를 향해 조사(照射)한 레이저의 유도로 아파치가 긴 사거리를 지닌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고 무인기가 직접 목표를 타격하는 경우도 가능하다.


중요한 점은 생존성과 작전 효율성이 동시에 높아진다는 점. 아파치 공격헬기 제작사인 미 보잉사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AH-64아파치가 단독으로 작전한 위험지역에서의 생존율이 53%인 반면 무인기를 통제해가며 작전했을 때는 83%가 살아남았다. 무인기 기준으로는 생존율이 더 높다. 무인기가 혼자 들어갔을 때 생존율은 56%에 불과했으나 아파치와 연동하면 91%로 뛰었다. 미 육군은 ‘사람과 기계의 완벽한 결합’을 위해 끊임없는 연구와 부대개편을 실시해왔다. 최근 한국군에 유무인 복합운용을 보여준 4-6 중공격정찰대대(Heavy Attack Reconnaissance Squadron)도 이 같은 부대 개편의 결과물이다.

순환배치로 지난 2013년에 왔을 때 이 부대는 무인기를 운용하지 않았으나 개편 과정을 거치고 다시 왔다. 미 육군이 아파치와 무인기를 조합 배치하기 시작한 시기는 2015년 여름 이후로 4-6 중공격정찰대대는 조합운용 능력을 완전히 갖춘 부대로 꼽힌다. 미군은 대부분의 공격헬기 대대에 무인기를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이 최신 운용교리를 바로 알려준 것은 이례적이다. 동맹국의 작전능력을 미군과 같은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호의인 동시에 미국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라는 신호로 읽힌다.

석양을 배경으로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을 발사하는 한국 육군의 아파치 가디언. 8km 바깥의 적 전차를 파괴할 수 있는 헬파이어 미사일은 16발 적재한다.석양을 배경으로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을 발사하는 한국 육군의 아파치 가디언. 8km 바깥의 적 전차를 파괴할 수 있는 헬파이어 미사일은 16발 적재한다.


◇지지부진한 국내 개발=마침 국내 무인기 사업은 하나같이 고전하고 있다. 약 1조원 규모(개발비+양산비)의 군단급 무인기는 정찰형과 공격형 두 가지로 개발이 추진됐으나 최근 수렁에 빠졌다. 정찰형의 요구성능 미달 논란이 이는 가운데 공격형은 아예 추락사고를 냈다. 오는 2020년 개발 완료 이후 배치계획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중고도 무인기사업도 당초 올해 실전 배치될 예정이었으나 내년에 배치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비행체 자체보다 데이터 링크와 송수신 등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은 더 어렵다는 점에서 전망이 밝지 않다.


◇싸게 사려고 포기한 무인기 통제기능 달아야=설령 무인기의 국내 개발이 완료되고 데이터링크까지 해결돼도 근본적인 문제가 남는다. 육군이 보유한 36대의 아파치헬기 가운데 무인기를 통제할 기체는 한 대도 없다. 우리 군이 계약한 AH-64E 아파치 가디언 기종에는 이 기능이 있지만 2009년 계약 당시 단가를 낮추려고 제거한 채 들여왔다. 도입할 아파치에 장착할 무장도 예산 사정으로 적게 들여와 “탄창을 절반밖에 못 채웠다”는 비판도 받았다. 가격 논리와 예산에 매달린 근시안적 판단으로 별도의 개량비를 지출하는 처지가 된 셈이다. 개량기간의 전력화 공백을 감안하면 실제 손실은 더 커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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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관건은 예산확보=아파치를 무장시킬 각종 미사일이 부족했어도 기댈 언덕은 있었다. 유사시 주한미군에 치장 탄약을 보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인기와의 조합은 얘기가 다르다. 미사일이나 탄약 같은 소모품이 아니라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이 없으면 미군과의 공동작전 자체가 지장을 받을 수 있다. 미 육군 입장에서 2017년 퇴역시킨 OH-58D 정찰헬기를 대체할 전력은 현실적으로 무인기밖에 없다. 유무인 복합이 세계 군사기술의 흐름이라는 점에서도 피할 수 없는 과제지만 난관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비싸다. 아파치를 추가 도입하려면 2조5,000억~3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미군이 보유한 정찰형 무인기 RQ-7 섀도의 가격은 1,550만달러에 이른다. 미군 기준으로 배치하려면 6세트가 필요하다. 섀도에 장착할 수 있는 파이로스 소형 미사일까지 수입하면 가격은 더 올라간다. 헬파이어 미사일을 4발 달 수 있는 MQ-1C 그레이이글의 가격은 더 비싸다. 세트가 아니라 한 대에 2,150만달러다. 미군과 같은 수준으로 무장하려면 13대, 2억8,000만달러가 필요하다. 미사일 가격을 제외해도 이 시스템과 관련된 사업의 총사업비는 8조원에 이른다. 아직 사안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관련 사업의 금액이 큰 만큼 다양한 논의가 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산 소형공격헬기(LAH) 생산물량 축소될까=주목할 사실은 무인기 개발과 별개로 LAH의 물량을 줄이는 논의가 일고 있다는 사실이다. 25일 정부와 기업 관계자 간 실무회의 결과 당초 계획물량보다 30대 덜 생산하는 방향으로 입장이 모이고 있다. 생산업체와 육군은 크게 반대하고 있지만 LAH의 전력지수가 코브라헬기보다 500MD나 높기에 감축해야 한다는 정부출연연구소의 목소리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미제 무기를 많이 수입해달라’는 미국의 압력을 일부나마 풀려고 해도 돈이 들어간다. 결국 예산확보에 달렸다.

◇국내 개발 LAH와 UAV 연동 필요=대안은 없을까. 개발이 늦어진 군단급 중고도 무인기와 소형공격헬기의 등장 시기가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면 둘을 유무인 시스템으로 연결하자는 해결책이 떠오르고 있다. 모니터와 조이스틱 등 컨트롤러, 무인기가 보낼 영상을 잡고 기록을 분석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암호화한 무선 데이터 통신 링크 등은 국내 기술로 자체 개발하고 보다 복잡한 소프트웨어는 순차 개발하자는 논리다. 일단 미국제 무인기와 통제 시스템을 들여와 우리 군의 하이엔드 전력인 아파치와 연결해 운용하면서 기술을 쌓아 미래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공격형헬기와 무인기 주변의 난기류가 어떻게 흐를지 주목된다.

권홍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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