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0일 LG생활건강이 루치펠로코리아라는 다소 생소한 치약 제조회사의 지분 76%를 인수했다. 루치펠로코리아는 미스코리아 출신 오은영 대표가 2016년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제주도 심해에서 추출한 성분을 치약에 담은 제품이 모습을 드러낸 게 2016년. 국내외 백화점 등에서 1개당 1만5,000~2만4,000원에 팔리는 치약이 여배우 고소영씨 등이 사용하면서 입소문을 탔다. 시판 2년 만에 누적 100만개 판매고를 올릴 만큼 불티나게 팔렸다. 일명 치약계의 샤넬로 불리는 이탈리아 마비스(MARVIS)의 한국판이었다. 창업한 지 6년, 제품 출시 3년 만에 초기 자본금을 넘어서는 금액이 ‘회수(Exit)’돼 오 대표도 성공한 창업가 반열에 올랐다.
LG생활건강이 산 건 루치펠로의 가능성이었다. 22일 서울경제신문 시그널이 만난 김상만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LG생활건강이 존슨앤존스의 오랄케어 브랜드의 아시아 사업을 산 이후 그 부문 첫 인수·합병(M&A)이 루치펠로”라며 “치약에서 첫 프리미엄 제품군을 갖춘 건데 이미 갖춰진 해외 판매망을 통하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먹힐 수 있다는 생각에 인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LG생활건강을 대리해 루치펠로의 인수 거래 전반에 관한 실무를 맡았었다.
비단 LG생활건강뿐만이 아니다. 과거 몇 년 간 이익잉여금을 쌓아온 대기업이 최근 스타트업의 회수시장에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대기업들 기술력있고 성장성 있는 스타트업 을 많이 찾고 있다”며 “유동자금이 풍부한데다 기술탈취 문제가 있어서 인수 시도 많아지는 추세”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대기업이 새 회수 ‘통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스타트업의 선순환 구조에 측면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최근 증시 부진으로 기업공개(IPO) 통로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비트코인 문제로 암호화폐공개(ICO) 등의 새 통로도 막혀 있다.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바이아웃(buy-out) 거래를 주로 하는 사모펀드(PEF)도 아직 수익이 나지 않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꺼리고 있는 상황. 김 변호사는 “벤처캐피탈(VC)에서 모태펀드 등의 자금을 받아 스타트업에 대한 상장전(Pre-IPO) 투자가 많이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이는 회수시장과는 먼 투자”라며 “PE가 투자할 곳을 많이 찾고 있지만 아직은 출자자들이 투자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이 손실에 엄격한 대출에 가까워 스타트업 인수가 많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지금껏 다년간 쌓은 스타트업의 M&A 경험을 미래 유니콘 기업을 키우는 데 쏟아 붇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아직까지 밭을 가는 마음 가짐으로 법률자문을 하고 있다”면서도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M&A 노하우를 활용해 미래의 유니콘 기업을 위한 차별화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김상훈·조윤희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