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1분기 성장률 어떻게 볼 것인가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설비투자·수출 감소로 성장률 하락

최저임금 인상·52시간근로제는

고용 줄이고 되레 양극화 부추겨

마이너스 성장 내적 요인에 기인




올해 1·4분기 경제성장률 속보치가 전 분기 대비 -0.3%를 기록했다. 금융위기가 정점에 달한 지난 2008년 4·4분기의 -3.3% 이후 41분기 만에 최저 수준이다. 전년동기 대비로 봐도 성장률은 1.8%로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4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과거 역성장이 외환위기·금융위기 등 글로벌 위기 때 발생한 것과 달리 이번 역성장은 글로벌 위기와 관계없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훨씬 더 충격적이다. 지금까지 1·4분기 속보치를 발표한 주요국은 중국과 미국이다. 중국은 1·4분기 성장률이 1.4%로 예상치를 상회했고 지난해 4·4분기 1.5%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미국은 전년동기 대비 3.2%의 성장률로 시장의 예상을 크게 상회했다. 다른 나라의 발표도 봐야겠지만 전체적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세가 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경제만 뒷걸음친 것 같아 씁쓸하다.

세부적으로 보면 민간소비와 정부소비는 각각 0.1%와 0.3% 성장으로 증가세가 둔화했다. 건설투자는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0.1% 감소했다. 무엇보다 성장률 하락의 결정타는 설비투자와 수출 감소다. 설비투자는 전기 대비 무려 10.8% 감소했다.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 1·4분기 -24.8%를 기록한 후 21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특히 반도체 제조용 장비투자가 저조했다. 수출 부진은 올해 D램 가격이 30% 가까이 하락하면서 반도체 수출이 꺾인 데 기인했다.


부문별 성장률을 분석해 1·4분기 역성장을 단기 요인과 중장기적 요인으로 구분해보자. 먼저 단기적 요인을 보면 정부소비와 반도체 경기를 들 수 있다. 이번 정부 들어 본예산과 추경을 합쳐 재정지출이 급격히 늘어났다. 그런데 늘어난 예산을 정교하게 설계해 분기별로 배분해 소비하기보다 지난해 막판 4·4분기에 몰려 단기 공공일자리와 같이 경제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밀어내기식으로 예산을 집행하다 보니 4·4분기 정부소비 증가율이 무려 3%라는 비정상적인 수치가 나왔다. 이번 정부소비 증가율이 둔화한 것은 이런 기저효과에 기인한다. 이렇게 정부 부문의 비중이 높아지니 성장률이 시장 상황보다 정책적 요인에 따라 변동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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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단기적 요인은 반도체 경기다. 정부 역시 이번 역성장의 근본적 이유로 대외환경 악화를 들었는데 바로 반도체 경기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생각할 점이 있다. 지난 2년간 반도체 경기는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같은 논리로 재작년과 지난해 성장률은 상당 부분 이러한 반도체 경기의 호황에 기인했다. 이 때문에 지난 2년간의 성장률에 대해 많은 전문가가 착시현상을 지적하며 반도체를 제외하면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고 계속 경고한 것이다.

중장기적 원인을 보자. 다시 반도체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반도체 하나에 좌지우지될 정도니 얼마나 슬픈 얘기인가. 글로벌 경기보다 반도체 경기의 하락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성장률이 떨어진 것이다. 이것이 우리 경제의 민낯이다.

소득주도 성장은 기본적으로 성장정책이 아니라 분배 측면의 양극화 해소 정책으로 봐야 한다. 지난해와 이번 1·4분기 설비투자 감소를 보면 민간소비 증가가 기업의 투자로 연결되지 않아 성장 사이클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한다. 양극화 해소의 측면에서 보면 양극화는 주로 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의 앙등에서 초래된다. 따라서 근로소득 격차를 줄여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다. 방향이 잘못됐으니 부작용이 속출한다. 알다시피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정책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나 52시간근로제 등은 고용을 감소시킴에 따라 성장률을 낮추고 오히려 양극화를 부추겼다. 지난 정권에서 개선되던 분배지수가 오히려 악화한 원인이 여기에 있다. 이번 마이너스 성장은 이제 우리의 성장률 하방 위험이 대외적 요인 못지않게 대내적 요인에 기인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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