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가무극 ‘나빌레라’의 한 장면./사진제공=서울예술단지난 1일 첫 무대에 오른 창작 가무극 ‘나빌레라’는 공연 기간이 단 12일에 불과하다는 것 외에 단점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 공연은 포털 ‘다음’에서 1년여 동안 연재되며 큰 인기를 끌었던 동명의 웹툰이 원작으로 서정적인 음악과 몰입도 높은 연기를 보여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우편배달 공무원으로 퇴직한 일흔 살의 알츠하이머 환자 덕출은 발레를 배우겠다는 엉뚱한 목표를 세운다. 무작정 발레 공연단을 찾아가 스물셋의 발레 선생 채록을 만나게 된다. 그는 재능은 남다르지만 부상을 당한 데다 생활이 넉넉하지 않자 발레를 향한 꿈도 식어간다. 좌절에 빠진 그는 덕출을 한심하게 보다가 그의 열정과 따뜻한 마음에 마음을 연다. 아웅다웅하던 이들 사제는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아픔과 상처를 공유하며 친구이자 가족이 돼간다. 그러나 코앞에 닥친 발레 공연을 앞두고 덕출의 알츠하이머 증세가 악화하고 만다. 과연 덕출은 오랜 꿈을 이룰 수 있을까.
1막에서는 덕출이 댄스벨트(발레리노들이 타이즈 안에 입는 전용 속옷) 냄새를 맡고 채록이 이를 보고 경악해 화를 내는 등 등장인물들의 코믹 연기에 웃음이 쉴새 없이 터져 나온다. 반면 2막에서는 나이를 초월한 우정, 절절한 가족애에 객석 곳곳에서 눈물을 삼키거나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역경에서도 꿈꾸는 사람은 아름답다’ ‘인생은 살아 있는 모든 날이 소중하다’는 메시지는 진부하면서도 묵직하다. 지난 3일 8시 공연을 관람한 배우 김래원 역시 티슈를 꺼내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공연 감동의 대부분은 덕출에게서 나온다. 그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으면서도 꿈을 잃지 않는다. 또 1분 1초도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소중한 ‘청춘’을 낭비해버리는 채록에게 진심어린 ‘어른의 말’을 전한다. 여기서 채록은 이 땅의 젊은이를 상징한다. 그는 “너는 언젠가 크게 날아오를 거야” “마냥 즐겁기만 한 건 취미지, 힘들고 괴롭고 서럽고 화가 나는 건 그건, 그건 꿈이라서 그런 것이야”라고 얘기해준다. “나비와 같이(나빌레라) 언젠가는 날아오를 것”이라고 말이다.
이런 대사들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알츠하이머 노인 김혜자의 명 대사 “나는 내가 애틋해. 남들은 다 늙은 몸뚱어리, 더 기대할 것도 없이 후회도 의미 없는 인생이 뭐가 안쓰럽느냐 하겠지만 난 내가 안쓰러워 미치겠어. 너도, 네가 니 인생이 애틋했으면 좋겠어” 만큼이나 진한 울림을 전한다. 청춘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고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젊은이들에게 ‘꼰대’가 전하는 애틋한 충고다.
공연 소재가 발레지만 클래식이 아닌 대중음악으로 서정성을 살린 음악도 감동의 깊이를 더한다. 작곡과 편곡을 맡은 김효은은 피아노와 기타 중심의 밴드 사운드에 현악기군을 추가해 따뜻한 울림이 만들어냈다. 안무 역시 발레 초보자들도 부담스럽지 않게 대중적으로 연출했다. 덕출 역에는 ‘범죄도시’, ‘극한직업’ 등으로 ‘대세 배우’로 떠오른 진선균과 최정수가 더블 캐스팅됐다. 앙상한 몸, 흐릿한 눈 등 실제 70대 노인처럼 연기해 극찬을 받고 있다. 채록 역은 강상준과 아이돌그룹 ‘브로맨스’의 이찬동이 맡아 안정적인 연기와 보컬을 보여준다. 12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사진제공=서울예술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