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단독]농업에 꽂힌 김광수...투자전문 VC 만든다

흩어진 자회사 VC기능 통합

농산업 기술기업 투자에 특화

사내강연선 디지털 역량 강조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






NH농협금융지주가 농산업 벤처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전문 벤처캐피털(VC) 설립을 추진한다. 농협금융의 각 금융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VC 기능을 통합해 신설법인을 만들어 농산업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역량과 규모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특히 KB금융·신한·하나금융 등 경쟁 금융지주들이 자회사 VC를 앞세워 모험자본 공급에 본격 나서고 있는 점도 농협금융이 VC 신설에 속도를 내는 이유로 꼽힌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중기계획으로 VC 설립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이 지난 9일 취임 1주년을 맞아 2기 경영 방향을 제시하면서 “혁신금융의 일환으로 각 자회사의 개별 투자 프로세스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결합해 농산업과 디지털 분야에 대한 농협금융만의 모험자본 투자를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VC 설립이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금융 고위관계자는 “자회사인 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농협캐피탈 등의 내부 VC 기능을 통합해 투자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플랫폼 개념으로 VC를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은행과 증권 등 핵심 자회사의 투자금융(IB) 인력을 신설 VC로 집중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산업 전문투자 VC가 신설되면 농협금융의 아홉 번째 자회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금융이 농산업 투자전문 VC 설립을 검토하는 것은 앞으로 국내외 농산업 분야의 성장성이 커질 수 있어서다. 특히 농업인구 고령화에 따른 대체인력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서 로봇 산업이나 인공지능(AI)·빅데이터 산업 등이 커질 수 있는데 농협금융이 농업 관련 기술기업에 특화된 전문투자를 주도하겠다는 전략도 녹아 있다는 분석이다. 자회사인 농협캐피탈이 지난해 200억원 규모의 농식품펀드를 조성했고 농협은행은 3월 200억원의 디지털혁신펀드를 만들었지만 규모나 전문성 등에 한계가 있었다. 농협금융이 특화된 VC를 설립하면 농산업 관련 신기술과 벤처펀드 운용을 총괄하게 돼 업무 중복은 줄고 전문성은 올라가는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핀테크나 바이오·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에 특화된 VC들은 많지만 농산업 벤처에 전문으로 투자하는 국내 VC는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도 농협금융이 전문 VC 신설을 고민하는 이유다.


일부에서는 KB·신한·하나금융 등 경쟁 금융지주들이 이미 설립한 VC를 통해 모험자본 공급에 나서면서 농협금융도 VC 신설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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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의 VC 자회사인 KB인베스트먼트는 창업기업을 위한 벤처펀드를 올해부터 향후 5년간 매년 4,000억원씩, 총 2조원 규모로 조성해 국내 청년창업기업 등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하나벤처스도 혁신금융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말 하나금융의 열두 번째 자회사로 설립됐다. 앞으로 3년간 총 1조원 규모의 중소·벤처기업펀드를 운용하며 ICT,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 신한금융은 신한캐피탈의 기업금융 인력이 속한 글로벌투자은행(GIB) 그룹을 통해 창업 및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5년간 2조1,000억원 규모로 투자에 나선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지주들이 벤처투자에 대한 투자 리스크가 커 주저했지만 정부가 투자 활성화 등 혁신금융 강화를 주문하면서 자회사 VC를 통해 투자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회장은 10일 충북 청주 농협청주교육원에서 농협은행 신규 직원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디지털 역량을 갖출 것을 당부했다.

김 회장은 ‘농협은행 신규 직원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는 제목의 특강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사회 전반이 급변하는 시대에 금융권 직원들에게 디지털 역량은 필수적”이라며 “항상 끊임없이 학습하며 열정과 근성을 갖고 업무에 임해 앞으로 농협금융의 주역으로 성장해달라”고 말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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