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S머니]1,000만원 넘보는 비트코인...주부·노령층 투심도 '꿈틀'

무역전쟁 격화로 증시 폭락속

금과 함께 안전자산으로 부각

지난달부터 가격 급속히 상승

기관들 암호화폐 관심도 한몫

스터디 모임 등 정보교류 활발

국내외서 투기광풍 재연 가능성




올해 초 400만원을 밑돌던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해 1,000만원대 회복을 눈앞에 두면서 투기 바람이 다시 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와 같은 투기 광풍 수준은 아니더라도 박스권에 갇혀 있는 주식시장의 대안이나 미중 무역갈등 격화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새로운 투자처를 찾으려는 일반 투자자들이 가세하면 광풍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전업주부들 사이에서는 암호화폐 스터디 모임이 꾸려지고 활발한 정보교류가 이뤄지는 등 관심이 살아나고 있다.

17일 업비트에 따르면 1비트코인의 가격은 이날 오후2시 기준 874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1월 1비트코인 가격은 378만원으로 연중 최저점을 찍어 200만원대로 밀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를 무색하게 하면서 4월부터 가격이 수직 상승했다. 15일에는 960만원까지 오르며 1,000만원 돌파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날은 한달 간 급등한 비트코인이 잠깐 숨을 고르는 모습이다.


비트코인이 급상승한 것은 미중 무역갈등 격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부 글로벌 자금이 저평가를 이유로 암호화폐로 흘러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11일 미국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상향한다고 밝히자 비트코인은 700만원을 훌쩍 넘으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미중 간 무역갈등이 격화되면서 글로벌 증시는 급락하고 비트코인 가격은 상승하고 있다”며 “비트코인이 투자자들에게 금과 함께 일종의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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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글로벌 금융사들이 암호화폐 코인을 내놓으면서 투자 대상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JP모건체이스는 암호화폐인 ‘JPM코인’을 발행했고, 페이스북은 암호화폐 결제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일본에서는 대형 금융그룹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이 올해 말까지 디지털 암호화 자산인 ‘MUFG 코인’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비트코인은 사기”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가 지난해부터 ‘전향’해 암호화폐까지 발행하면서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각이 확 달라지면서 암호화폐 가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S10에 암호화폐 결제 기능을 탑재하면서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인천 송도에 사는 전업주부 안모(39)씨는 최근 지인들과 암호화폐 투자 스터디 모임을 꾸리고 각종 투자정보 등을 나누고 있다. 안씨는 “주변 지인들이 주식보다는 암호화폐에 투자해야 할 때라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며 “소액이라도 투자해보려고 암호화폐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씨는 “나 같은 전업주부들이 주변에 꽤 많다”며 “일부 지인은 새벽에 일어나 (암호화폐) 가격을 확인하고, 투자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젊은 직장인들이 주로 암호화폐 투자에 나섰는데 최근에는 주부나 노령층 등 뒤늦게 정보를 접하고 거래소에 가입해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국내에서도 투자 열풍이 다시 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국내 암호화폐 거래 규제 등을 감안하면 2017년 말과 같은 투기 광풍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국내 빅2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의 거래량 점유율은 글로벌 대비 각각 1.76%와 1.35%로 낮은 수준이다. 과거 빗썸의 점유율이 10%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암호화폐 거래규제 등의 영향 때문에 거래량이 크게 오르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암호화폐 원화 거래의 경우 한때 글로벌 거래량의 20~30%를 차지하며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지만 지금은 3% 수준에 불과해 이낙연 국무총리가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지목했던 2017년 11월 상황과는 다르다는 분석이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초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한 후 대중적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아직 바뀌지 않고 있다”면서 “최근 암호화폐 상승세가 한달 정도는 더 이어져야 얼어붙은 투심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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