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해외주재원 보상 늘려라"...현지화 속도내는 김도진

기업銀, 보수·복지체계 개정 착수

해외주재원 장기체류 환경 조성

인니 등 거점서 전문가 양성 힘써




IBK기업은행이 해외 주재원에 대한 보상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핵심 인재가 지원할 수 있도록 물꼬를 트는 동시에 장기간 체류를 통해 현지 전문가를 키워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이다. 글로벌 시장을 경영하기 위해서는 국책은행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합당한 수준의 보상이 필요하다는 고민도 깔려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최근 ‘국외직원 보수·복지 기준 개정 컨설팅’에 착수했다. 해외 물가수준을 반영하고 현지에 진출한 다른 금융회사의 급여 수준을 고려해 기존의 보상체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재 주재원에게 지급하는 급여는 기본임금에 체재비를 일부 얹어주는 정도”라며 “해외 특성에 맞는 보상체계를 만들어 오랜 기간 현지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주재원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체계를 마련해 장기간 체류를 유도해 현지 전문가를 육성하는 한편 핵심 인재들이 자발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물꼬를 트기 위한 전략인 것이다. 실제 김도진(사진) 행장은 취임 직후부터 동남아 국가를 잇는 아시아벨트나 유라시아벨트 구축 등과 같은 글로벌 경영에 집중해왔다. 김 행장은 오는 2025년까지 해외 점포를 20개국 165개로 확대하는 등 글로벌 진출 그랜드 플랜을 지속적으로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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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인도네시아나 폴란드·러시아 등 새로 진출하는 거점 지역에 전문성을 갖춘 직원을 배치하고 더 나은 보상을 지급해 조기 현지화에 나서겠다는 게 기업은행의 구상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해 말 현지 금융사인 아그리스은행과 미트라니아가은행 인수를 마무리하고 올해 두 은행을 통합해 IBK인도네시아은행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인수한 두 현지 은행의 영업점만 30곳에 달하는 만큼 기업은행은 인도네시아 전문가 양성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지 영업을 준비 중인 폴란드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도 독자적인 급여 체계를 마련해 현지화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이성용 신한금융 미래전략연구소 대표는 “금융사가 ‘더블다운(double down·블랙잭에서 판돈을 두 배 올려 베팅하는 것으로 급격한 성장을 의미)’하려면 고급 두뇌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은행은 해외에 진출한 국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금융에 특화돼 있는 만큼 국내 파견 직원들이 필요하다. 기업은행 베트남 호찌민지점의 경우 주재원이 6명으로 다른 국내 은행 지점보다 2명 정도 더 많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해외 근무하는 주재원 대다수가 아직까지는 잠시 파견 나가 있겠다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잠깐 머물다 온다는 생각으로는 현지 전문가를 키워낼 수 없고, 해외 은행과 경쟁에서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현지 전문가 육성 등이 필요한 데 급여 현실화 등을 통해 장기 체류 환경을 우선적으로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나금융그룹도 글로벌·디지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하나글로벌캠퍼스’를 세우고 40대 직원을 해외 지점장이나 법인장으로 발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은 근무성적이 우수한 직원의 장기 근무를 보장하고 있다. 신동민 신한베트남은행장의 경우 현지 외국계 1위 은행으로 길러낸 공로를 인정 받아 올해 부행장보급으로 파격 승진하는 등 글로벌 전문가 육성을 위해 은행 간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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