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롯데카드, 한앤컴퍼니 대신 '우리銀-MBK컨소'에 팔린다

한앤컴퍼니 대표 고발에 매각 차질 우려

우리카드 편입되면 업계 3위로 도약




롯데카드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한앤컴퍼니가 검찰에 고발당하면서 롯데그룹이 우협대상자를 우리은행-MBK파트너스 컨소시엄으로 전격 교체했다.★본지 5월13일자 11면 참조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이날 우리은행 및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을 롯데카드 매각을 위한 우협대상자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롯데 측은 “롯데카드의 지분 93.78% 중 경영권을 포함한 투자지분 매각과 관련해 이달 3일 한앤코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으나 13일에 배타적 우선협상기간이 만료했다”면서 “이날 MBK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새로 우협대상자로 선정된 우리은행-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은 롯데카드 지분을 20%와 60% 씩 나눠 인수한다. 지난달 말 본입찰 당시 컨소시엄이 제시한 인수가는 1조6,000억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당초 1조8,000억원대 인수가를 제시했던 한앤컴퍼니를 대체하는 만큼 인수가격을 최소 1,000억원 이상 더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양 측은 이달 말까지 최종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할 예정이며 롯데그룹은 20% 지분을 보유한 3대 주주로 남게 되며 이사회 의석 1석을 확보해 경영에도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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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카드 인수 우협대상자가 전격 교체된 배경에는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에 대한 검찰 조사가 있다. 한 대표가 온라인 광고대행사 엔서치마케팅을 KT 종속회사인 나스미디어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탈세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롯데카드 우협대상자 선정 직후 검찰에 고발 당했다. KT 새 노조는 한앤컴퍼니가 당시 자본금 2억6,000만원에 불과한 엔서치마케팅을 영업권 등 회계 장부상 무형자산을 부풀려 공정가액보다 3배나 많은 600억원에 KT에 팔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KT의 배임 혐의 뿐 아니라 한앤컴퍼니의 매각차액에 대한 법인세 탈루혐의 등도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사법적 판단이 나올 때까지 금융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지연될 경우 롯데그룹은 오는 10월까지 롯데카드 지분을 정리하려는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결국 우협대상자를 변경했다. 이번 거래 관계자는 “롯데 측이 공정거래법상 매각 시한을 지키지 않을 경우 약 1,000억원 이상의 과징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을 다소 덜 받더라도 매각 종결성을 고려해 MBK-우리은행의 가격을 일단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향후 MBK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우리카드와 롯데카드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카드산업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은행이 인수한 롯데카드가 향후 우리카드로 편입되면 카드 자산규모가 약 23조원으로 늘어나 신한카드, 삼성카드에 이어 업계 3위 지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점유율을 단순 합산할 경우 약 19%로 2위 사업자인 삼성카드와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강-3중-3약 구도로 성장이 정체된 시장 파이를 7개 전업 카드사들이 나눠 먹는 구조를 탈피해 순위 경쟁이 재개되면서 카드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우리금융그룹은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 하나금융그룹과의 3위 금융지주사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금융은 지난 1·4분기 5,560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하나금융을 126억원 차로 근소하게 앞서 격차를 벌릴 필요성이 큰 상황이다. 지난해 1,539억원의 순익을 올린 롯데카드가 그룹에 편입 될 경우 3위 지주사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750만명에 달하는 롯데카드 고객 데이터베이스와 결제 계좌 유치 및 연계영업을 통한 시너지, 롯데그룹 유통망은 물론 MBK가 보유한 홈플러스 등 유통-금융 협업 모델을 통한 부수효과 등을 감안하면 지주 차원의 실익 크다는 것이 내부적인 판단이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1조원 수준의 적은 인수 금액에 집착한 나머지 LG카드 인수 무산 이후 13년만에 찾아온 기회를 놓친 하나금융지주의 M&A 전략 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첫 본입찰 때까지만 해도 하나금융은 우협대상자 선정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가격 등 모든 조건에서 경쟁자에 뒤져 결국 고배를 마셨다. 특히 우리카드와 롯데카드가 합병을 통해 업계 3위로 올라설 경우 1강-4중-1약 구도가 되면서 하나카드는 카드업계에선 유일하게 한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하는 소형 카드사로 남게 된다.
/김기혁·임세원기자 coldmetal@sedaily.com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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