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시그널 INSIDE] 사흘만에 바뀐 롯데카드 주인...롯데의 변심 왜?





롯데카드


롯데그룹이 롯데카드 매각 막판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사모펀드(PEF)운용사 한앤컴퍼니에서 MBK파트너스-우리은행으로 변경하는 데는 단 사흘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앤컴퍼니로 선정한 후 불거진 탈세 의혹은 사실 가능성이 낮다는 롯데그룹 실무진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그룹 고위층은 위험요소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재협상에 소극적이던 MBK-우리은행이 치고 들어오면서 반전을 이뤄냈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롯데카드 우협 대상자로 한앤컴퍼니를 선정한 후 13일까지 기한을 두었지만 그 이후에도 계속 협상을 하면서 21일을 데드라인으로 잡았다. 다만 한앤컴퍼니가 과거 KT에 광고대행사 엔서치마케팅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비싸게 팔면서 증여세를 탈루했다는 KT새노조의 검찰 고발이 말썽이었다. 한앤컴퍼니는 법률전문가와 세무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무혐의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고, 롯데는 이에 수긍하는 한편 만약 있을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비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중이었다. 이 과정은 롯데지주 경영전략실 4팀인 김태완 전무가 주도했으며, 황각규 지주 부회장에 수시로 보고가 올라갔다. 신동빈 회장은 일본에 이어 미국 출장 중이었다.


반면 MBK-우리은행은 배타적 협상 시한인 13일 이후 롯데나 매각 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에 별다른 제안을 하지 않았다. 본입찰 당시 MBK-우리은행은 한앤가격이 1,500억~1,600억원 정도 낮은 금액을 제시한 차순위 협상자였다. 둘 다 롯데카드 지분 80%를 인수하지만 한앤컴퍼니는 약 1조 4,400억원, MBK-우리은행은 1조 2,000억 후반~1조 3,000억원을 썼다.



한앤컴퍼니와 우협 시한 만료 직후까지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굳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필요 없이 기존 협상 무산을 기대하는 기류도 있었다.

그러나 16일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달라졌고, 특히 우리금융지주가 좀 더 적극적이었다. 이에 따라 MBK-우리은행은 17일 가격을 약 900억원 이상 올린 새로운 협상안을 제시했다. 한앤컴퍼니가 제시한 가격만큼 쓰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롯데그룹이 한앤컴퍼니 검찰수사로 인해 매각이 지연되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연장을 요청해 받아들여지더라도 과징금 약 1,000억원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롯데는 5월 말까지 계약을 체결해야 금융당국 대주주 적격심사를 거쳐 공정위 시한인 10월 12일을 맞출 수 있었다. 검찰이 설사 한앤컴퍼니에 대한 무혐의를 내리더라도 물리적으로는 두 달 이상 걸리기 때문에 과징금은 피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었다. 또한 탈세혐의는 단지 KT새노조만 제기 한 것이 아니라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문제로 불거지는 한편 서울지방국세청에도 제보가 들어오면서 논쟁이 지속 될 수 있었다. MBK-우리은행은 이점을 파고든 셈이다.

때마침 신동빈 회장은 19일 귀국했고 롯데그룹은 주말을 거쳐 우협대상자를 MBK-우리은행으로 바꾸기로 하고 20일 이를 통보했으며 21일 공시를 통해 알렸다. 우리은행은 롯데카드 인수 우협대상자가 되는 동시에 인수에 필요한 공동대출인 인수금융 주선사로 막대한 수수료도 챙기게 됐다. 이 작업은 우리은행 투자금융부가 맡는다. MBK-우리은행은 한앤컴퍼니에 비해 협상에서 주도권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가 계약 당사자도 아닌 KT새노조의 압박에 눌려 막판에 우협 대상자를 번복한 점도 인수합병(M&A)시장에서는 좋지 않은 선례로 남게 됐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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