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勞편향 ILO협약 또다른 산업혼란 부를까 우려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결사의 자유 등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에 대한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ILO 회원국이 된 1991년 이후 핵심협약으로 분류되는 8개 협약 가운데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 금지 관련 일부 규정을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한국은 8년 전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이들 핵심협약 비준을 약속했으나 이행하지 않아 최근 EU로부터 경고를 받은 바 있다. 이번 정부 방침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지만 국내 노동관계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상 비준부터 먼저 하겠다는 것이어서 산업계에 큰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주지하듯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했으나 끝내 합의에 실패한 채 공익위원 권고안만 발표했다. 공익위원 권고안을 보면 해직자·실직자의 노조 가입·활동을 허용하고 소방, 5급 이상 공무원의 노조 가입을 가능하게 하며 정부가 ‘노조 아님’이라고 통보할 수 있는 권한도 폐지하는 등 노동계의 주장은 적극 반영했다. 반면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과 사업장 점거 금지,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등 경영계가 요구해온 사항은 하나도 들어주지 않았다. 한마디로 노동자 단결권은 강화하고 경영계의 생산활동 방어권은 외면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덜컥 비준부터 하면 그러잖아도 노동계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이전보다 더 치우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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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안이 아무리 급하더라도 이렇게 일방적으로 추진해서는 곤란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사정 합의를 거쳐 국회로 가는 것이 바른길이다. 노사정 합의가 정 어렵다면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노동관계법을 먼저 개정한 뒤 비준에 나서는 게 순리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EU와의 약속 이행을 넘어 우리 경제의 기본 틀을 다시 세운다는 차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자칫 섣부른 판단으로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같은 후유증을 유발하면 경제를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내몰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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