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HOME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로터리] 걷기 예찬

최창학 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

  • 2019-05-22 17:34:22
  • 사외칼럼
[로터리] 걷기 예찬

‘자연이 우리에게 내리는 혜택 중에서도 그 혜택을 가장 아름답게 나타내는 것은 봄, 봄 가운데도 만산(萬山)에 녹엽(綠葉)이 싹트는 이때일 것이다.’

해마다 이맘때 다시 꺼내 읽게 되는 이양하 교수의 수필 ‘신록예찬’은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띄우는 초록엽서 같다. 그래서 이 글을 읽고 나면 나는 걷기에 나서지 않을 수가 없다. 사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며 걷는 것 자체가 축복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두 다리를 뻗어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딛는 경험은 잊고 있던 내 몸의 감각을 생생하게 되살린다. 걸을 때 발바닥에서 허벅지까지 전해지는 단단한 땅의 질감과 이 땅에 뿌리 내리듯 딛고 뻗어 올라가는 느낌도 좋다.


걷기는 삶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내 갈 길을 선택해 묵묵히 걷는 것, 내 보폭을 알고 무리하지 않는 것, 내 호흡으로 걷는 것. 걷기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은 인생과 묘하게 닮았다. 그런 점에서 걷기는 무언가를 채우는 과정이라기보다 비우는 과정에 가깝다. 허기가 져야 먹고 싶은 음식이 생각나듯 마음속 근심과 걱정이 사라져야 새로운 생각과 의지를 담을 수 있다.

그래서 기분이 가라앉거나 고민이 생기면 일단 걷는다. 걷다 보면 비등점을 넘나들던 마음도 어느새 차분해지고 빙점으로 치닫던 마음은 다시 따뜻한 온기로 채워진다. 고민과 잡념을 말끔히 털어버림으로써 다시 개운한 기분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게 된다. 이처럼 평정심을 되찾게 하는 걷기는 언제나 나를 행복하게 한다.

리더의 합리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은 리더 자신은 물론 조직의 운명을 좌우한다. 이처럼 모든 의사결정의 내용과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철저한 체력관리다. 실제로 깊이 있는 사유의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늘 ‘급한 일’을 먼저 처리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일’을 처리할 타이밍을 놓칠 위험이 있다. 또 긴급한 업무 처리에 몰입한 나머지 체력관리에 실패해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위기를 맞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위기를 극복하고 자신을 아끼며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최고의 체력관리 방법으로 걷기를 추천한다.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걷는 즐거움에 안전함까지 확보됐다. 공간정보를 활용해 ‘안전한 걷기’에 도움을 주는 무료 앱 ‘랜디랑’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앱은 산행을 하다가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사용자의 위도와 경도, 현장 사진을 미리 지정해놓은 번호나 112·119에 전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간을 아끼는 현대인에게 쉬엄쉬엄 걷는다는 것은 때로 사치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바쁘더라도 두 발로 땅을 내디디며 자신만의 생각으로 돌아가는 시간은 꼭 필요하다. 연둣빛 신록으로 갈아입은 이 계절에 잠시라도 짬을 내 걷기가 주는 행복을 마음껏 향유했으면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시선집중

ad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화제집중]

ad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