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동십자각] 개선수준 혁신으론 부족하다

박현욱 여론독자부 차장




주문형비디오(VOD)를 지금은 누구나 손쉽게 볼 수 있지만 30년 전만 해도 공상 수준의 기술이었다. 지난 1990년대 초 국내 대기업 연구소에서 일했던 연구원 출신들의 전언에 따르면 당시 VOD 출현 예측 보고서를 작성한 자신들도 VOD 기술이 세상에 나올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었다고 한다. VOD 시대는 어김없이 왔다. 그리고 동네마다 그 많던 비디오대여 가게들은 한순간 사라졌다. 신구 산업의 명멸을 가져온 것은 비디오테이프를 완전히 대체한 인터넷 동영상기술 같은 혁신이다. 획기적이고 소비구조를 바꿀만한 혁신이 있다면 기존 산업은 물론 법·제도까지 뛰어넘는다. 그렇지 않다면. 기존 산업과의 마찰을 피할 수 없다.


승차공유 서비스와 택시 업계 간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수습될까.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택시 업계는 수용 의사가 없다. 생존권 위협이라는 주장 말고도 승차공유를 혁신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여객운수사업법의 위반 문제는 택시기사들이 성토할 때마다 나오는 단골 주제다. 금지된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 운송을 애매한 기준으로 허용하는 것이나 렌터카 운행 후 차고지로 복귀하지 않는 서비스 등이 위법 사항이라며 승차공유 업체와 정부를 몰아붙인다. 플랫폼을 이용해 신산업이라는 간판을 붙였지만 시내를 돌다가 손님의 콜을 받아 운행하는 것이라면 사실상 기존 택시와 다를 게 뭐냐는 비판도 쏟아낸다. 위법성 논란만 커지는 것은 그만큼 혁신 이슈가 부족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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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 아니라고 부정하면 호소할 것이 법밖에 없다. 격렬한 저항만 남는다. 지난해 말 이후 두 명의 택시기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최근 또 다른 택시기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실마리는 승차공유 업체가 풀어야 한다. 해법은 모두가 인정하는 수준의 혁신이다. 공유 버스 개념을 더한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선 독일 폭스바겐이나 블록체인과 이용자 빅데이터를 이용해 차량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스라엘 기업 라주즈 정도의 혁신이다. ‘수수료 장사’하는 또 다른 플랫폼쯤으로 취급받는 공유경제라면 불친절과 승차 거부의 대안이라는 이유만으로 혁신을 부르짖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개선 수준의 혁신’은 미래가 어둡다. /hwpark@sedaily.com

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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