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채권

强달러에도...한국 채권 쓸어담는 外人

한달새 국채 등 7조이상 순매수

보유 잔액 115조...역대 최고치

CRS금리 낮아져 재정차익 커져

'원화 약세 곧 안정' 기대감 속

한은 기준금리 인하 예상도 반영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잔액이 약 115조원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 달간 외국인이 국채 등을 7조원 이상 사들일 정도로 채권 순매수세가 줄지 않으면서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통화스와프(CRS) 금리가 대폭 낮아져 외국인들이 기대할 수 있는 재정차익(스와프스프레드)이 커진데다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 등의 예상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 매수 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지만 환율 등의 추이에 따라 움직임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22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외국인의 원화 채권 보유잔액은 지난 21일 기준 115조914억원으로 집계된다. 이는 지난해 8월 기록한 종전 최고치(약 114조원)를 1조원가량 웃도는 수준이다.


외국인의 원화 채권에 대한 매수세는 최근에도 이어지는 양상이다. 최근 한 달간 외국인이 순매입한 규모만 7조5,341억원에 달한다. 특히 외국인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투자자를 유형별로 분류했을 때 은행(10조1,019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준이다. 국내 채권금리 하락(채권가격 상승)의 한 축에 외국인 투자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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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원화 채권의 순매수를 멈추지 않는 것은 달러 강세장이 펼쳐지는 외환시장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통상 외국인은 원화 채권을 매입할 때 해외에서 차입한 달러를 국내 CRS 시장에서 원화로 전환한 뒤 거래를 진행한다. 이때 달러를 원화로 바꿀 때 적용되는 것이 바로 CRS 금리인데 이 금리는 국내 채권 금리와의 차이(스와프스프레드)가 클수록 외국인의 기대 수익이 커져 매수세가 유입된다. 재정차익거래로 불리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CRS 금리는 달러 강세에 영향을 받아 크게 떨어져 있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CRS 1년 금리가 4월1일 1.29%에서 5월21일 1.04%까지 낮아졌다. 즉 외국인이 느끼는 재정차익의 매력이 커진 셈이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채권 투자에는 여러 유형이 있는데 외국인 채권잔액이 사상 최고 수준이 된 데는 재정차익거래가 상당수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 역시 강하게 반영됐다는 분석도 많다. 현재 채권 금리가 연중 최저치를 수차례 갈아치울 정도로 금리가 낮음에도 매수가 끊이지 않는 것은 기준 금리를 내려 채권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데 베팅한다는 설명이다. 또 현재의 원화 약세는 곧 안정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매수 유입의 이유라는 분석이다. 증권사의 채권 담당자는 “외국인 채권 투자가 중에서는 금리나 환율 전망에 따라 움직이는 일종의 ‘딜링(dealing)’ 성격의 투자자가 적지 않다”며 “이들은 한은의 기준 금리 인하가 연내 이뤄질 것이라 예상하며 원화도 더 이상 약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 같다”고 했다.

많은 전문가는 외국인의 원화 채권 매수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원화가치가 더 떨어지면 환차손을 우려한 자금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분석도 많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면서 신흥국에서 투자자금 유출이 크게 나타나는 시점”이라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되지 않거나 원화 약세가 더 크게 나타날 경우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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