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중재위’를 요청하며 전방위 강제징용 배상판결 공세에 나선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23일 만난다.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아베 정권은 외교적 결례까지 불사하며 노골적으로 한일갈등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앞서 고노 외무상은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를 대표해 제대로 책임을 갖고 대응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일개 장관이 정상을 직접 압박한 것은 외교적 결례라는 시각이 많다.
아베 정권이 한일갈등을 정략적으로 활용하면서 우리 정부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축을 위해선 일본의 협조가 중요한 탓이다. 일본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뿐만 아니라 북한의 단거리·중거리 미사일 폐기까지 주장하며 비핵화 합의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비핵화 협상 정국을 지나면서 제기되고 있는 ‘코리아 패싱’ 논란도 정치적 부담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이 중·러와 밀착강화에 나서자 미국은 일본과의 동맹관계를 강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25~28일 일본을 국빈방문 한 데 이어 내달 말에도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재차 만난다.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살리고 외교적 고립을 막아야 하는 문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청와대는 최근 강제징용 피해 배상 소송의 원고 측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문 대통령이 한일관계 경색을 풀고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청와대가 피해 배상 소송 원고 측과 접촉에 나서면서 23일 오후 프랑스에서 진행될 한일 외교장관 회담의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강 장관이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배상 등을 조건으로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받아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다만 과거사 문제, 일본 내 정치상황 등 돌발 변수가 많기 때문에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라는 초강수를 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