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스포츠 문화

[스타의 서재<20>오종혁] "난 뭐가 될까 고민하던 때 책 '뭐라도 되겠지'가 위로"

슬럼프때 김중혁 에세이집이 큰 힘

'삶은 실패 과정의 연속' 문장 감명

추리소설 '렘브란트의 유령'은

연기 시작할때 큰 영향 받아

'고백'도 캐릭터 분석에 도움




요즘 ‘연기돌’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1세대 아이돌’ 중에서 드라마·방송 등 영상이 아닌 연극·뮤지컬 등 공연 배우로 성공한 예는 보기 드물다. 1999년 아이돌 그룹 ‘클릭비’ 멤버로 데뷔한 배우 오종혁은 다르다.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연기력을 인정 받았지만 연극과 뮤지컬에서 존재감을 더 드러내고 있다.

그는 2008년 뮤지컬 ‘온에어 시즌2’에서 무대 배우로 데뷔한 이래 ‘쓰릴 미’ ‘오디션’ ‘그날들’ ‘웨딩싱어’ ‘무한동력’ 등에 출연하며 뮤지컬계에서 자리를 잡았다. 또 ‘벙커 트릴로지’와 ‘함익’에 출연해 연극 배우로서도 입지를 다졌다. 오는 6월에는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창작 가무극 ‘신과함께 : 이승편’에서 철거용역 일을 하며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뇌하는 박성호 역을 맡을 예정이다.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는 오종혁을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났다.

‘스타의 서재’ 20번째 주인공인 그는 “연극과 뮤지컬을 오가며 열심히 무대 활동을 하면서 휴식이 길었던 적이 없었다”며 “몇 년 전 내가 달려온 길이 과연 맞는지 고민하다 슬럼프가 오면서 책을 손에 잡게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오종혁에게는 이를테면 ‘배우의 독서 리스트’다. 배우로서 성장하고 변신을 꾀하는 과정에서 고민과 노력의 흔적이 묻어났다.

연극 ‘함익’에서 연우 역을 맡은 배우 오종혁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연극 ‘함익’에서 연우 역을 맡은 배우 오종혁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연극 ‘함익’에서 연우 역을 맡은 배우 오종혁이 프레스콜에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연극 ‘함익’에서 연우 역을 맡은 배우 오종혁이 프레스콜에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그의 독서리스트 가운에서도 인상 깊게 남아있는 것은 가수에서 배우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읽었던 책들이다. 소설가 김중혁의 에세이집 ‘뭐라도 되겠지’가 그중 하나다. 처음에는 재미있는 표지와 제목에 이끌렸다. 책은 제목처럼 ‘앞으로 나는 뭐가 될까’라고 고민하던 그에게 마치 ‘친한 형님’처럼 옆에서 대답해주고, 응원해주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는 “학창시절 우연히 가수로 데뷔했지만 어려운 시절도 많았다”며 “연극을 시작하면서도 선택과 실패가 계속됐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어쩌면 실수와 실패였을 지도 모르는 그 시간을 인정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던 당시 위로와 응원이 됐던 책”이라고 설명했다. 농담으로 가득하지만 진지함이 늘 무게중심을 잡는 작가의 글이 힘이 됐다는 것이다. 다음은 특히 마음을 사로잡았던 문장이다.


“결국 삶이란 선택하고 실패하고, 또 다른 걸 선택하고 다시 실패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패를 빨리 인정하고 원점으로 되돌아올 수 있는 유연성이다. 실패가 별 게 아니란 걸 깨닫고 훌훌 털어버릴 수 있으려면 실패에 익숙해야 한다.”(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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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리스토퍼의 ‘렘브란트의 유령’도 배우로 첫발을 떼면서 고민이 많았던 2008년 감명깊게 읽은 책이다. 렘브란트 그림을 단서로 펼쳐지는 장대한 스케일의 미스터리 장편 소설이다. 그는 “당시 정말 연기를 ‘0’도 몰라 연출님과 선배님들을 붙잡고 묻곤 했다”며 “배우로서 다양한 모습과 깊이 있는 생각을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에 읽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림은 잘 모르지만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내용이 매우 흥미로웠다”며 “사건의 흐름이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은 배우로서 작품을 해석할 때 도움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뮤지컬 ‘그날들’에서 ‘먼지가 되어’를 열창하고 있는 배우 오종혁(무영 역). /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뮤지컬 ‘그날들’에서 ‘먼지가 되어’를 열창하고 있는 배우 오종혁(무영 역). /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뮤지컬 ‘그날들’에서 무영 역을 맡은 배우 오종혁. /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뮤지컬 ‘그날들’에서 무영 역을 맡은 배우 오종혁. /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뮤지컬 ‘그날들’에서 무영 역을 맡은 배우 오종혁. /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뮤지컬 ‘그날들’에서 무영 역을 맡은 배우 오종혁. /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미나토 가나에의 일본 소설 ‘고백’ 역시 좋은 연기에 대한 갈망으로 읽었다. 오종혁은 “뮤지컬 ‘쓰릴미’라는 작품을 할 때 더 깊고 단단한 연기를 하고 싶어 읽었던 책”이라며 “첫 작품 ‘온에어 시즌2’의 경우 갑작스럽게 오디션을 본 뒤 무대에 올랐는데 그 다음 작품인 ‘쓰릴 미’는 더 잘하고 싶었을 때”라고 회고했다. ‘고백’은 어린 딸을 잃은 유코라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충격적인 사건을 고백하고 열세 살 중학생들이 벌인 살인사건에 대한 복수를 실행하는 소설이다. ‘쓰릴 미’도 1924년 시카고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작품이라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저는 이 작품에서 34년 전 12세였던 소년 바비를 유괴하고 살인한 범인 역을 맡았어요. 책을 통해 피해자와 그 가족, 가해자와 그의 가족, 주변 인물들의 상처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어요.”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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