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日외무상 또 외교 결례] 선거 앞둔 아베정권, 한일갈등 정략적 이용 노려

한반도평화프로세스 日 협조 중요

알고도 속수무책 文정부 고심 깊어

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23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풀만호텔에서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23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풀만호텔에서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65년 국교 수립 이후 최악의 상황에 놓인 관계를 풀기 위한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고노 외무상의 강한 불만은 강 장관이 일본의 레이와(令和) 시대를 축하하며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직후 나온 반응이어서 외교적으로는 상당히 무례한 행위로 볼 수 있다.

강 장관은 23일(현지시간) 파리 시내의 풀만호텔 세미나룸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먼저 “일본에서 레이와 시대가 개막했는데 이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그 계기로 한일관계도 현재의 어려운 문제를 극복하고 발전적 방향으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고노 외무상에게 덕담을 건넸다. 하지만 고노 외무상은 “오늘 한국 외교부 대변인이 일본 기업의 한국 대법원 판결 이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는 사안의 중대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매우 심각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도 높은 비판으로 응수했다.


고노 외무상은 더 나아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을 또다시 거론하며 강한 불만을 표한 것으로 24일 일본 교도통신은 전했다. 고노 외무상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강제징용 소송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3권분립 원칙을 지적한 것에 대해 “총리의 위에 있는 문 대통령이 대응책을 생각하지 않으면 해결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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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21일에도 문 대통령의 책임을 언급해 물의를 빚었던 고노 외무상이 재차 외교적 결례를 범한 것은 정치적 노림수가 깔린 행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외교가에서는 일본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비판의 강도를 높이는 것은 오는 7월에 있을 참의원선거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왔다. 참의원선거에서 승리해야 하는 아베 신조 정권은 국내 정치의 연이은 실책으로 인한 비난 여론을 한일갈등으로 무마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베 신조 총리는 정치적 고비 때 한국과 대립각을 세워 자신을 지지하는 보수층을 결집해 위기를 극복한 전례가 있다. 실제 아베 정권은 올해 초 발생한 한일 초계기 레이더 논란 갈등 정국을 거치며 지지율이 6%포인트 급등한 바 있다. 최근에는 한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과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에서 역전패를 당하면서 아베 정권은 거센 비판을 받았다.

아베 정권이 한일갈등을 정략적으로 활용하면서 우리 정부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축을 위해서는 일본의 협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뿐만 아니라 북한의 단거리·중거리 미사일 폐기까지 주장하며 비핵화 합의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비핵화 협상 정국을 지나면서 제기되고 있는 ‘코리아 패싱’ 논란에 대한 정치적 부담도 컸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이 중국·러시아와의 밀착 강화에 나서자 미국은 일본과의 동맹관계를 더욱 공고히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28일 일본을 국빈방문하는 데 이어 다음달 말에도 오사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아베 총리와 재차 만난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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