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美 '反화웨이 요청' 거절땐 관세 압박…수용땐 中 '제2 사드보복' 우려

[미중 충돌에 딜레마 한국] 고민 깊어진 산업정책

"中, 美에 맞서려 우군 확보 필요

反화웨이 연대에 합류하더라도

사드때처럼 큰위협 안돼" 지적도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이 난처한 상황에 직면했다. 미국이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와의 거래제한 조치에 동참할 것을 요구한 가운데 정부가 답을 줘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반(反)화웨이 연대’에 합류할 경우 무역전쟁에서 미국 편에 섰다는 신호로 해석돼 중국의 보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관계부처는 미국이 화웨이 거래 제한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내놓는 것을 피하고 있다. 사기업 활동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화웨이 사태가 국내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파악하는 데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고민은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결국 미국의 제재에 보조를 맞추게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서 비롯된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국제공조가 절실한 가운데 핵심 동맹국인 미국의 요구를 외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 등이 미국의 요청에 따라 거래 중단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하면서 우리의 입장을 밝혀야 하는 압력은 한층 커지고 있다. 한 통상 전문가는 “미국이 이 문제를 두고 동맹의 견고함을 평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미 수출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점 역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자국 통화가치를 절하하는 국가들에 상계관세 부과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중국뿐 아니라 대미 무역에서 이득을 보고 있는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대미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의 경우 여전히 추가 관세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데다 철강 등 개별 품목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 조사도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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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미국 제재에 동참할 경우 중국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이다. 미중의 대치가 심화하는 가운데 화웨이 거래 중단이 미국 편에 서겠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중국이 ‘사드(THAAD) 사태’ 때처럼 한국에 대한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대중 수출 비중은 미국·유럽연합(EU)·일본을 합친 것보다 많을 만큼 우리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상당한 수준이다. 한국은 2017년 기준 중국에 1,421억달러(약 170조원)어치를 수출했는데 이는 전체 수출의 24.8%나 된다. 중국의 보복 우려에 업계가 바짝 긴장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희토류 등 주요 자원을 무기 삼아 미국에 대응하려는 중국의 조치가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는다.

다만 미국의 요구에 따라 화웨이와의 거래를 배제한다고 해도 사드 사태 때처럼 대규모 보복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드는 군사장비를 들여오는 것이어서 중국이 민감해하는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됐지만 화웨이 장비 배제의 경우는 그렇지 않아 파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이 미국에 맞서기 위해 우군을 확보해야 하는 입장인 만큼 강도 높은 대응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화웨이 거래 중단이 관련 기업에 미칠 영향이 과장됐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는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와 납품받는 업체를 나눠 피해 규모를 가늠하고 있는데, 일시적으로 부침이 있을 뿐 장기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를 키우지 않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 중 한쪽으로 기우는 듯한 모양새는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제재에 적극 동조하는 국가도 있지만 독일·프랑스처럼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 곳도 있다”며 “국제 동향을 면밀히 파악해 일방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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