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100세시대]비관·낙관론 갈리는 '고령화'...정년 연장·국민연금 보험료 인상 등 대책 서둘러야

고령화 사회를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

하철규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




2015년에 개봉된 영화 <인턴>은 경험 많은 70세 인턴 ‘벤’이 열정적인 30세 온라인 여성의류 쇼핑몰회사의 CEO인 ‘줄스’의 비서로 배정받으며 생기는 에피소드를 그린 영화이다. 은퇴 후 시니어 인턴으로 재취업한 ‘벤’은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와도 쉽게 친하게 지내는 사교적인 성격으로, 직장동료들이 조언을 구할 때 오랜 직장생활 경험을 활용하여 지혜롭게 해결해 주는 멘토 역할을 잘 수행한다. 젊은 CEO ‘줄스’는 처음에는 나이 많은 ‘벤’을 불편해했으나 같이 일하며 점점 신뢰하게 되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벤’과 의논하며 경험과 지혜가 담긴 ‘벤’의 조언을 경청한다. 지혜롭게 젊은 상사들과 잘 지내며 어떤 업무든 잘 해내는 시니어 인턴 ‘벤’의 모습은 인생 2막을 앞둔 중장년들에게 은퇴 후 재취업의 롤 모델 역할을 하며, 나이에 대한 편견을 없애 주며 훈훈한 감동을 준다.

인구 고령화는 전 세계적 사회현상이지만,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 2017년 8월에 65세 이상 인구가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진입했는데, 불과 8년 뒤인 2025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다. 700만명이 넘는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가 생산연령인구에서 고령인구로 이동하는 2020년부터 생산연령인구가 연평균 33만명 감소하고, 고령인구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인구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근로자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법을 2016년부터 시행하였다. 일본은 65세 이상 인구가 28%로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는데, 2013년에 정년을 65세로 연장 한데 이어 다시 70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인한 일손부족에 대처하고 연금 등 사회보장비에 대한 정부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다.


고령화 사회의 전망과 관련해 두 가지 공적 담론이 있는데 바로 비관론과 낙관론이다. 비관론자들은 나이든 사람의 비중이 커지면 연금과 건강보험 부담증가로 국가재정 문제가 심각해지고, 노인인구 부양을 위한 후세대의 비용부담 증가로 세대간 갈등이 커질 것으로 우려한다. 이미 일부가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와 연금수령이 얼마 남지 않은 X세대(1965~76년생)는 대체로 국민연금에 우호적이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1980~96년생)는 2057년경에 국민연금이 고갈된 이후에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불신하고 있고, 국민연금을 세금처럼 생각해 아까워하고 있다. 앞으로 경제활동인구는 줄고 고령자는 늘어나는 인구구조에서 건강보험 재정이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반면 낙관론자들은 나이가 들면 지혜가 더 풍부해지고 스트레스에 대처하고 회복하는 능력과 창의력이 높아진다고 한다. 위대한 화가, 작곡가, 작가들 중에 노년에 창의력이 절정에 이른 사람이 많다. 김형석 교수의 <백년을 살아보니>에는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고, 인생의 황금기는 60~75세라고 한다. 노년층의 건강도 월등히 좋아졌다. 특히, 내년부터 고령층에 편입되는 베이비붐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건강하고 학력도 높으며, 한국경제 고도성장기에 어느 정도 자산도 모았다. 앞으로 큰 폭으로 증가하는 고령층 인적자원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사회기반시설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노인들이 신체가 건강하고 정신이 또렷하며 재정이 안정적인한 우리사회는 번영할 것이다. 고령화가 우리사회에 이득인지 부담인지는 이들의 신체적 · 정신적 · 재정적 상태에 달려 있다. 우리가 고령화 사회의 문제점에만 주목한다면 수명연장으로 인한 30~40년의 인생 후반전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관론과 낙관론 사이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은 개선하면서 긍정적으로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것이다.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비는 개인에게만 맡겨서는 해결될 수 없다. 노년층이 건강하고 의미 있게 살아가도록 국가와 기업과 개인이 힘을 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정년퇴직 연령을 국민연금 수령개시연령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다. 현재 민간기업의 평균 퇴직연령은 50대 중반인데 국민연금을 수령할 때까지 5~10년간 소득공백기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 2월 대법원은 육체노동자의 ‘노동 가동연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로 늘어나는 수명에 맞춰서 근로자의 정년연장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년연장은 노인빈곤 문제를 개선하고, 연금 등 사회보장비에 대한 정부지출을 줄일 수 있으며, 저출산 ·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를 보완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정부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점진적으로 OECD 국가 평균 수준(18%)으로 올려서, 자녀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지 말아야 한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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