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첨단 원전 수출하고도 정비계약 빼앗길 판이라니

한국 원전산업의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 첨단 원전을 수출하고도 정비계약 수주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27일자 본지 보도에 따르면 한국이 단독수주를 자신했던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장기정비계약(LTMA) 입찰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바라카 원전은 한국의 차세대 원전인 APR-1400을 사용한다. 한국의 최첨단기술이 집약된 원전인 만큼 한국 업체인 한국수력원자력·한전KPS 컨소시엄이 정비계약을 따내는 일괄수주가 전망됐지만 사실상 무산됐다. 미국과 영국 업체가 참여하면서 3조원 규모의 수주가 3분의1 토막 날 위기다.


문제는 한국의 원전 경쟁력 훼손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11월에는 UAE 측과 맺은 장기서비스계약(LTSA)이 한국에 사전 통보 없이 프랑스전력공사(EDF)로 넘어갔다. 앞으로도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라고 자신할 수 있을까. 세계 최고의 원전 경쟁력을 가진 한국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한심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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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업계에서는 UAE가 원전 운영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동시에 발주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펼치면서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UAE가 제시한 수의계약을 한국이 거부하면서 빌미를 제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UAE 정부가 탈원전을 고집하는 한국을 믿지 못해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계약을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실제로 한국은 탈원전 추진 이후 바라카 원전 관리인력을 일방적으로 철수시켰다가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번 사태는 탈원전 이후 원전산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원전 수주 금액이 쪼그라드는 것을 넘어 원전산업의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을 바탕으로 우위에 섰던 해외 원전 수주 경쟁도 이제는 자신할 수 없게 됐다. 원전 수출국 중 탈원전을 선언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동안 쌓아온 원전 경쟁력이 신기루처럼 사라지기 전에 탈원전 행보를 멈추고 원전생태계 복원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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