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으로 국회 파행이 길어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이 30일 ‘6월 임시국회 단독 소집 검토’를 공언하는 등 한국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반면 한국당은 국회 공전의 책임이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민주당에 있다고 맞불을 놓으며 문재인 정권의 경제실정 때리기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3당 교섭단체 합의는 물론 한국당을 뺀 4개 정당 또는 단독 소집 요구 등 다양한 방식으로 6월 임시국회를 열어 국회 정상화의 물꼬를 튼다는 입장이다. 이날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정책조정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31일 6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제1야당인 한국당과 협상하고 있다”면서 “3당 교섭단체 합의로 6월 국회를 열면 가장 좋고, 만약 안 된다면 한국당을 빼고 나머지 4개 정당이 할 것인지 바른미래당 입장도 봐야 한다. 정 안 되면 단독으로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민생 현안을 챙기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국회 문을 열어야 한다는 게 민주당 내 공통된 기류다. 이날 6월 국회 대비를 위한 ‘민생을 살리는 국회, 경제 살리는 민주당’ 워크숍을 열어 ‘자유한국당 국회 복귀 촉구 결의문’을 채택한 것도 한국당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결의문에서 “한국당은 국회 밖에서 정부 정책을 폄훼하기 바쁘고 황교안 대표는 대권행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입으로는 민생과 국민의 희망을 말하지만 그들이 요구하는 해법이란 정부 여당의 백기 투항인 듯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제1야당의 장외활동으로 황금 같은 5월을 다 보냈다”며 “더 이상의 태업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당이 진정으로 국민의 민생을 생각한다면 이제는 국회에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한국당은 “국정에 대한 책임이나 야당에 대한 국정 동반자로서 생각이 전혀 없다”며 국회 파행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렸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의 예방을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사실 지난주 국회 정상화에 대해 거의 합의에 이를 뻔했으나 갑자기 민주당이 돌변하고 공격했다”며 “이러한 국회와 야당에 대한 태도로는 국회가 정상화되기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회를 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앞으로 제대로 열리기 위한 조건이 필요하다. 그 첫걸음은 민주당의 국회 파행 사태와 패스트트랙 강행에 대한 사과”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국당 정책위원회는 현재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을 겨냥한 릴레이 토론회를 여는 등 대(對)여 투쟁의 고삐를 강하게 죄고 있다. 한국당은 앞서 지난 2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무분별한 신도시 지정,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연 바 있다. 또 이날도 국회에서 토론회를 개최하고 정부 탈원전 정책이 한국전력의 부실을 초래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부동산에 이어 에너지 정책까지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겨냥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우량 국민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급격한 부실화는 전기요금의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내 임기 중에는 (전기요금을) 안 올리겠다는 무책임한 말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런 대통령을 어쩌다가 갖게 됐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안현덕·하정연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