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개막 사흘째를 맞은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전시 ‘컴퓨텍스 2019’의 주인공은 단연 게임이었다. 전시장 중 으뜸으로 꼽히는 대만 타이베이난강전시센터 제1전시장 4층 입구부터 컴퓨터 주변기기를 만드는 ‘써멀테이크’의 화려한 데스크톱 본체가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껍데기를 투명유리로 만들어 속이 훤히 보이는 컴퓨터 내부는 부품들이 형형색색 빛을 냈고, 본체 열기를 식히기 위해 냉각수가 관을 타고 빙빙 돌았다.
전시장의 가장 중심부에 최대 면적의 부스를 꾸린 대만 노트북업체 에이수스 역시 게임을 내세웠다. 이번 전시 기간 중 발표한 신제품 ‘젠북프로 듀오’는 노트북 키보드 윗부분에 ‘스크린패드 플러스’라고 이름 지은 초고화질 4K 터치스크린을 배치했다. 게임의 몰입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에이수스의 게이밍 브랜드 ‘ROG’의 별도 부스에는 게이밍 모니터와 주변장치를 보러 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AMD나 델, 인텔, 엔비디아 등 글로벌 업체 역시 게이밍 제품에 방점을 둘 만큼 컴퓨텍스 내 게임의 위치는 견고했다.
지난 25일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한 뒤 한국 내에서는 곳곳에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지만, 대만에서는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날 찾은 타이베이 상업지구 중심가의 넥슨 대만 법인의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넥슨 법인은 이날 모바일게임 ‘오버히트’의 글로벌 서비스를 출시한데다 사무실을 두 배로 넓히는 확장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어서 분주했다. 윤영은 넥슨 대만 법인장은 “지역 언론도 WHO 이슈를 다루기는 했지만 대체로 잠잠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캔디크러쉬’ 같은 퍼즐게임이 장년층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며 시장이 커지는 추세”라며 “유통하는 게임이 계속 늘고 있어 신규 직원을 채용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우려보다는 기대가 더 큰 데는 대만 내 게임 관련 규제가 사실상 없다시피 한 점도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지의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대만 PC산업의 성장에 게임이 적지 않은 영향을 차지하는 만큼 대만 정부는 게임 친화적”이라며 “업계 역시 규제 불확실성에서 자유로운 편”이라고 말했다.
/타이베이=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