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재테크

경기 불확실성 가중에…外人, 주식은 'SELL' 채권은 'BUY'

[짙어지는 글로벌 'R의 공포']

■국내 금융시장은

증시 5월에만 3조 넘게 순매도

채권엔 10조 몰리며 사상 최대

BBB급 회사채도 없어서 못팔아

0515A03 외국인 주식·채권 올해 순매수 규모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는 것은 국내 금융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증시 흐름을 좌우하는 외국인 자금은 주식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증시에서 손실을 본 개인도 채권투자로 이를 만회하는 동시에 달러·금 등의 안전자산을 투자 바구니에 담아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양상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5월 한 달간 코스피 주식을 2조4,807억원이나 순매도하며 올해 월간 기준으로 첫 팔자 우위를 기록했다. 코스닥까지 포함하면 3조원을 넘는다. 1월 4조500억원을 순매수하며 월간 기준 2015년 4월 이후 45개월 만에 최대 규모를 사들였던 외국인은 이후 4월까지 꾸준히 ‘바이 코리아’에 나섰다.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 분위기는 5월 들어 급격히 꺾이기 시작했다. 해결될 것 같던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며 양국 간 보복관세가 격화됐고, 주요국가의 경제지표가 부진하게 나타나는 등 세계 경제 성장세가 완만해졌기 때문이다. 위험을 미리 직감한 외국인과 달리 개인은 지난달 2조8,000억원가량을 순매수하며 저가 매수에 베팅했으나 코스피 지수는 오히려 7.34%나 하락해 손실만 확산됐다.


높아진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에 시중 자금은 개인·외국인 할 것 없이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집중됐다. 글로벌 경기 하락 전망에 금리 하락(채권값 상승)을 예상한 투자자들은 회사채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BBB급 회사채도 없어서 못 팔 지경이 됐다. 지난달 당초 400억원을 발행하려던 두산인프라코어(042670)는 투자자금이 1,200억원이나 몰리자 발행 규모를 700억원까지 늘렸다. 신용등급이 BBB급이지만 이자율이 4.523%에 달해 수요가 폭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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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도 신흥국치고는 안전하다고 평가되는 국내 채권을 입도선매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가는 5월 한 달 동안 장외 채권시장에서 국채 6조6,805억원, 통안채(통화안정증권) 3조6,167억원어치 등 총 10조5,784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협회가 통계를 집계한 2006년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순매수 규모만 놓고 보면 2009년 6월(10조3,714억원)과 같은 해 10월(10조572억원) 등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그만큼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은 자산가들의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심화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현섭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도곡스타 PB센터 팀장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고객들의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다”면서 “1,200원 수준에 육박했던 환율이 최근 1,180원대로 떨어지면서 달러 주가연계증권(ELS)이나 달러예금 등으로 달러를 구입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자산의 일종인 금을 분할 매수하는 자산가들도 여전히 많다”고 덧붙였다.

다만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투자상품에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연광희 신한은행 PWM잠실센터 팀장은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하면서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국내 주가지수를 볼 때 바닥권에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면서 “안전자산을 투자하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차원에서 주식형 상품도 나눠 담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광수·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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