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신산업 규제는 안풀면서 고용 압박이라니

금융위원회가 은행의 고용창출 실적을 평가해 우수사례를 공개하기로 했다. 금융위가 단순히 은행의 고용 실적을 파악하려는 것이라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 은행별로 몇 명을 새로 고용했는지 자료만 받아보면 된다. 굳이 우수사례까지 발굴하겠다고 나선 이면에는 고용을 늘리라는 압박이 있다. 은행들은 이런 지시가 없었어도 이 정권이 들어선 뒤 고용창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해 말 은행 임직원 수가 전년보다 7,000명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까 이번 지시는 이 정도로는 부족하니 직원을 추가로 더 뽑으라는 주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서 은행 등 금융권에서는 다른 업종에 비해 일자리가 더 빠르고 더 많이 줄었다.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고 인공지능(AI)이 사람이 하던 일을 급속도로 대체해가기 때문이다. 은행은 이 때문에 최근 희망퇴직 대상을 대리급으로 낮추면서까지 인력 구조조정을 해왔다. 금융위의 주문은 이제 겨우 신입직원 티를 벗은 대리를 내보내고 다시 신입직원을 뽑는 무의미한 일을 하라고 은행을 채찍질하는 셈이다.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기업에 대출을 더 많이 하라는 주문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주문대로라면 고용유발 효과가 큰 서비스업이 제격인데 자영업자 대출은 부실 우려가 있다며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지 않았나.


금융위도 고충이 있을 것이다. 정부 전체적으로 정책의 우선순위는 고용창출이 차지하고 있다. 실적을 내려다 보니 만만한 은행이 타깃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주인 없는 회사라고 해도 은행을 공공기관 다루듯 하면 안 된다. 이런 우격다짐 말고 모두에게 박수받으며 일자리를 늘릴 방법이 있다. 금융 신산업의 발전을 틀어막고 있는 규제를 없애면 은행 이상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당장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규제만 완화해도 얼마든지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데 시민단체의 눈치만 보고 있다.

관련기사



금융위가 할 일은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개별 은행의 경영 사항인 인력 충원에 대해서까지 감 놔라 배 놔라 하면서 간섭하는 것은 진작에 없어져야 했을 관치일 뿐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