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골목상권은 못지키고 무역분쟁 불씨 된 소상공인법

골목상권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도입된 소상공인보호 제도가 무역분쟁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어 우려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3월 발표한 무역장벽보고서(NTE)에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이 포함된 것이 대표적이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소상공인단체가 동반성장위원회에 지정을 요구하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정하는 것으로 여기에 포함되면 5년간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해당 사업을 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시정명령을 받고 매출액의 5%까지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으로서는 위반에 따른 타격도 만만치 않지만 정부 방침을 거스르는 것으로 비쳐져 불이익을 받을까 조심하게 된다. 그러나 외국 기업은 다르다. 이런저런 눈치를 살필 필요 없이 글로벌 통상 기준에서 볼 때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시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나 유럽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에는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가 있다. 해외 투자가가 상대국의 법령·정책 등으로 피해를 볼 경우 국제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도록 하는 제도로 외국 기업이 이를 앞세워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면 대처가 쉽지 않다.


기업형슈퍼마켓(SSM)의 골목상권 침해를 막기 위해 제정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이나 유통산업발전법도 통상마찰의 빌미를 줄 수 있다. 최근 문을 연 코스트코 하남점은 조만간 정부로부터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상생협력법에 근거해 개점 일시 정지 명령을 내렸지만 회사 측이 이를 어겼기 때문이다. 미국 건자재 업체인 AH는 제휴한 국내 기업이 유통발전법의 규제 때문에 매장 개점 연기 권고를 받자 주한미국대사관에 항의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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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관련법은 그동안 골목상권 보호에 큰 효과를 보지 못해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무분별한 대기업 출점 규제가 골목상권은 살리지 못한 채 통상 마찰이나 일으킨다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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