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책

12일만에 '매'서 '비둘기' 돌변…이르면 8월 금리 내릴수도

금리인하 깜빡이 켠 이주열

美연준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

美中분쟁·반도체 침체 장기화

수출회복·추경통과도 기약없어

3년만에 '긴축'서 '완화'로 선회

국고채 3년물 31개월來 최저치

이주열(가운데)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한은 창립 69주년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주열(가운데)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한은 창립 69주년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월 31일 금융통화위원회 당시만 해도 “아직 인하할 때가 아니다”라며 금리인하에 선을 그었다. 당시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1명(조동철 위원) 나왔지만 “말 그대로 소수의견일 뿐”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당시 통화정책방향문에서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이전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금리인하만큼은 단호하게 ‘노’로 일관해왔다.

한은 안팎에서는 “지난해 11월 부동산 상승의 책임론을 의식해 금리를 올린게 바로 한은”이라며 “그런데 금리를 다시 내렸다가 부동산 경기가 다시 살아났을 경우 그 비난을 감수하기 싫어 금리인하를 꺼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불과 12일 만에 한은 총재의 입장은 확 바뀌었다. ‘매’가 순식간에 ‘비둘기’로 변신한 것이다. 이 총재가 금리인하를 시사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 침체 장기화다. 이 총재는 12일 창립 69주년 기념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경제의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큰 요인은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의 회복”이라며 “상반기가 다 지나가는데 반도체 경기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걱정이 있고 미중 무역분쟁 역시 어려운 쪽으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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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저하고’ 흐름을 예상한 기본 전제인 미중 무역분쟁 해결과 반도체 경기 회복이 요원해진 만큼 이제 부동산 시장 안정, 가계부채 억제 등 금융안정보다는 경기살리기에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뜻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rk 하반기 금리 인하 시그널을 강하게 표출하는 점도 한은의 짐을 덜어 주었다는 평가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연준은 무역 전쟁이 언제 어떻게 끝날지 모른다”며 “경기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미국 내에서는 연준이 하반기에 최대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하면서 한은이 기준금리인하 여력이 커졌다고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1315A06 금리인하 현황


청와대와 정부가 ‘경기 하강’을 인정하며 추경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완화적 통화정책을 주문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금리인하 시기를 10월이나 11월로 점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하자 채권 금리는 급격하게 떨어졌다. 한편 이날 국고채 3년물은 전 거래일보다 7.3bp(1bp=0.01%) 하락한 1.469%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올해 최저 기록을 또 한번 갈아치운 것이면서, 국고채 3년물의 금리가 1.5% 아래로 떨어진 건 2016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이 밖에도 1·5·10·20·30·50년 등 전 구간이 연중 최저치를 나타냈다. 특히 초장기물인 50년물과 30년물이 각각 1.647%, 1.650%로 마감하면서 2016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1.6%대로 내려 앉았다. /박형윤·이완기기자 manis@sedaily.com

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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