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트럼프 '연준 맹공' 금리인하 늦추는 자충수로

연준, 인하 필요성 공감하지만

대통령·정치권 비판 지속되자

'외압 굴복' 시선 의식…속도조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기준금리 인하 시사에도 연일 연준을 압박하면서 오히려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준이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저물가를 거론하며 ‘비둘기’를 띄웠지만 금리 인하 결정이 대통령이나 정치권의 외압에 휘둘리는 것처럼 비치면서 중앙은행의 생명인 독립성 훼손을 염려해 일부러 인하 시기를 미룰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유럽으로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는 취지의 언론 보도를 거론하면서 “이는 유로화나 다른 통화가 달러 대비 평가절하된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연준의 기준금리는 너무 높다. 말도 안 되는 양적 긴축까지 더해졌다. (금리 인상의)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CNBC방송 인터뷰에서 “연준이 금리를 너무 빨리 올렸다”며 “연준은 우리 경제에 매우 매우 파괴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중국이 수년간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렸는데 이는 경쟁에서 엄청난 우위”라며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중앙은행의 수장이라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일 이어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연준이 통화완화 정책을 검토하고 나선 참에 금리 인하에 대한 결론을 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연준은 오는 18~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 예정이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금리 인하를 시사하고 이르면 7월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되는 압박으로 당분간 연준이 인하 시점을 미룰 수밖에 없게 됐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전날 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정치화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 운영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만 이 같은 엇박자와 별개로 경제학계에서는 금리인하론에 힘을 싣는 주장이 늘고 있다. 과거 연준 이사 후보이기도 했던 보수 성향의 경제학자 스티븐 무어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금리를 내리면 경기호황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만큼 금리 인하가 필요하며 물가 흐름이 안정되면 바로 금리를 조정하면 된다는 견해다.

월가 전문가들도 사상 최고가에 다시 근접한 뉴욕증시가 더 오를지는 금리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CFRA의 샘 스토벌 수석 투자전략가는 “시장은 더 이상 우려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낮은 금리가 경제를 죽음의 소용돌이에서 꺼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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