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럽연합(EU)에서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 회원국) 재무장관들은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 국채를 발행해 재정지출을 확대하려는 예산안에 대해 재고할 것과 전체 유럽 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EU와의 갈등을 피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룩셈부르크에서 만나 국가채무를 줄이도록 예산안을 수정하라는 EU의 권고를 무시, EU의 제재에 직면해 있는 이탈리아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이날 회의에 참석하면서 “EU 집행위가 내민 손을 이탈리아가 잡고, 적절한 조치를 이행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탈리아의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의 132%로 유로존에서 이미 국가채무위기를 겪은 그리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EU 집행위는 유로존의 재정안정을 위해 국가채무가 GDP의 60%를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재정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EU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EU 측은 이탈리아의 부채가 계속 늘어날 경우 이탈리아 경제가 위험에 빠지는 것은 물론 유럽 경제 전체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르메르 장관은 “유로존에는 재정규정이 있고, 우리는 모두 그것을 존중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EU 집행위는 EU의 예산 규정을 무시하고 있는 이탈리아에 대해 국가채무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조처를 할 것을 공식적으로 통보, 이탈리아가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부과하기 위한 이른바 ‘과도한 적자 관련 조처’(EDP)에 사실상 들어갔다. 이 조처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EU로부터 최대 35억 유로(약 4조 6,000억 원)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EU의 예산 규정을 어겨 제재가 부과된 사례는 아직까지는 없다. 또 최종적으로 제재가 부과될 때까지는 아직 여러 절차가 남아 있고 이탈리아의 반발이 예상돼 실제로 EU가 이탈리아에 벌금을 부과할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규칙은 단지 종이 위에 쓰여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다 그 이유를 갖고 있다”고 말해 EU의 제재가 현실이 될 수 있음을 거듭 경고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인인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는 세금감면과 추가 재정지출 계획을 재고하라고 압박하는 EU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맞서고 있다. EU 측은 이탈리아에 아직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며 이탈리아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