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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정태영의 히든카드...'고펀딩' 1조 돌풍

현대차 협력업체 지원 상생

실적부진 현대커머셜엔 기회

정 부회장이 직접 착안해 추진




현대커머셜의 중소기업 대출자금 중개 플랫폼인 ‘고펀딩(gofunding)’이 반년 만에 누적 중개액 1조원을 돌파하며 순항하고 있다. 고펀딩은 정태영(사진) 현대카드·커머셜 부회장이 지난해부터 비밀리에 추진해온 신(新)사업으로 누적 중개액이 공개되기는 처음이다. 건설경기 부진에 따른 트럭 등 상용차 매출의 급감으로 실적에 비상이 걸린 현대커머셜에 고펀딩이 효자가 될지 주목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커머셜의 고펀딩을 통한 누적 대출액은 지난달 말 기준 1조원을 기록했다. 고펀딩은 중소기업 대출 연계 플랫폼으로 현대커머셜이 지난해 말부터 시범적으로 시작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8,151억원의 자금이 고펀딩을 통해 오간 데 이어 최근에는 1조원을 넘어섰다.


고펀딩은 현대커머셜이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직접 대출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금조달을 원하는 중소기업과 금융기관을 연결해준다. 현대커머셜은 고펀딩을 이용하려는 중소기업의 신용등급이나 재무건전성을 먼저 심사한 후 걸러내는 필터링(검증) 역할도 한다. 현대커머셜은 고펀딩이 활성화되면 직접 대출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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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펀딩이 주목을 끄는 것은 건설경기 부진 여파로 트럭 등 상용차 판매가 부진해 실적 악화를 맞고 있는 현대커머셜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직 시범서비스 단계다 보니 수익은 거의 나지 않지만 연계 대출에 참여한 중소기업과 금융기관이 이미 200곳을 넘을 정도로 관심을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고펀딩이 기업 대출의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현대커머셜이 고펀딩을 선보인 것은 현대차 협력업체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시중은행들의 대출 회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것도 작용했다.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차 협력업체에 대출을 유지해주면 극복이 가능한데 시중은행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회수가 불가피하다 보니 정 부회장이 고펀딩을 만들어 대출 중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커머셜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 협력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지원할 방안을 찾던 중 고펀딩을 착안하게 됐다”며 “고펀딩 출시 반년여 만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이 중개된 것은 그만큼 현대차 협력업체의 자금 수요가 크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금융회사들도 고펀딩 플랫폼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포용적 금융을 강조하지만 전망이 밝지 않은 자동차 협력업체에 무턱대고 대출을 내주기도 어렵지 않느냐”며 “그러나 (현대커머셜이 직접) 검증한 협력업체라면 자금을 공급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고펀딩을 통해 현대커머셜의 실적 악화를 만회하고 어려운 자동차 협력업체도 돕는 결과를 낳는다면 정 회장 입장에서는 ‘꽃놀이패’다. 상용차 대출 1위인 현대커머셜은 건설경기 악화로 덤프트럭이나 트레일러 등 상용차 대출이 막히고 부실도 증가해 지난해 순익이 686억원으로 전년(2,724억원) 대비 약 75% 급감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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