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국회 문은 열었지만 실제 법안이 처리되기까지는 첩첩산중이다. 우선 문희상 국회의장은 18일 오후 국회 의사일정 협의를 위해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를 소집했지만 성과 없이 끝났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문 의장이 의사일정에 합의하라고 말했지만 그럴 상황은 아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오늘은 특별히 말할 수 있는 게 없다”라고만 말했다. 앞서 문 의장은 가능한 한 일정을 합의해 결정하라고 주문했지만, 의사일정 합의에 실패하면 “24일에는 시정연설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정연설 등 일정은 원칙적으로 교섭단체가 협의해야 하지만,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 의장이 직권으로 결정할 수 있다.
민주당은 한국당을 제외하고 열 수 있는 모든 상임위원회를 열어 일하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한국당을 압박하기로 했다. 이 원내대표는 “상임위와 특위를 열어 추가경정예산·민생경제법안 처리를 시작할 것”이라며 “상임위원장이 우리 당 의원이 아닌 경우 국회법대로 상임위 개회 요건을 갖춰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20일 국회가 열리면 이낙연 국무총리가 추경 시정연설을 하는 것도 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문 의장은 국회가 열리자마자 시정연설을 하기보다 시차를 두고 여야가 합의하는 것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당은 릴레이 ‘정책의원총회’를 개최하며 맞불을 놓았다. 이날 개최된 정책의총에서 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폭거로 국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뒤 이번에는 재정 포퓰리즘을 밀어붙이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19일 오전에도 정책의원총회를 개최해 ‘한국당도 일한다’는 메시지를 대외에 보낼 계획이다.
이 같은 대치가 계속될 경우 패스트트랙 때와 같이 여야 4당이 법안 처리에 나설 수 있지만 난항이 예상된다. 추경심사를 할 예산결산특별위원들이 지난달 29일로 임기를 마쳤다. 새 예결위원들을 선임하려면 한국당과의 ‘협의’가 아닌 ‘합의’가 필요하다.
시급한 법안 중 하나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역시 환경노동위원회가 열려야 하는데 위원장이 한국당 소속(김학용 의원)이고 경제·산업 관련 법안을 처리하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역시 위원장이 한국당 출신(홍일표 의원)이다. 국회법 50조는 상임위원장이 개회나 의사 진행을 거부할 경우 다른 교섭단체 간사가 위원장 직무를 대행할 수 있지만 이 같은 강수를 둘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 실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무책임한 생각이며 과연 그것이 국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마음인지 의문이 든다”며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무엇보다 법안이 통과하려면 본회의가 열려야 하는데 의사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다. 교섭단체 협의가 불발되면 의장이 정할 수 있지만 그런 사례가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