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北 어선 부두까지 왔는데 몰랐다니

최근 북한 어선이 삼척항 방파제를 지나 부두까지 다가온 상태에서 우리 주민에게 발견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군경의 해안 감시망이 완전히 뚫린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북한 어선이 북방한계선을 지나 130㎞를 내려와 방파제에 정박할 때까지 군경은 이를 전혀 몰랐다. 당초 이 어선은 삼척 앞바다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삼척항 부근으로 들어온 북한 어선은 해상에서 엔진을 끄고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가 해가 뜬 뒤에야 해안 쪽으로 이동했다. 야간에 해안으로 진입할 경우 군의 대응사격을 우려한 행동으로 4년 전 북한 귀순자가 비무장지대에서 날이 새기를 기다렸다가 귀순한 사건과 유사하다. 이 때문에 ‘해상 노크 귀순’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북한 어선은 삼척항 외항 방파제를 지나 부두에 접안했다고 한다. 북한 선박에서 나온 선원의 일부는 뭍에 내려와 현지 주민에게 “북에서 왔으니 휴대폰을 빌려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일부 주민이 112에 신고해 군경이 조치를 취했다. 북한 어선에 타고 있던 4명 중 2명은 북한으로 귀환했고 나머지 2명은 귀순 의사를 밝혀 한국에 남았다. 이에 앞서 국방부는 17일 “소형 선박 1척을 삼척항 인근에서 15일 발견했다”며 “어선 표류 당시 전반적인 해상·해안 경계 작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삼척항 인근 발견’과 ‘어선 표류’ ‘경계 작전 이상 없음’ 등의 발표는 사실과 다른 것이어서 축소·거짓 발표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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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해상 노크 귀순’과 관련해 국민들 사이에서는 안보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만일 침투작전 선박이었다면 상황이 심각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북한은 9·19 남북군사합의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핵 폐기 계획을 밝히지 않는 등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우리 군은 남북군사합의와 남북 해빙 무드에 편승해 기강이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다시 각오를 다져야 한다. 또 정부가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고 철저히 문책해야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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