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덩치 커진다고 규제하면 기업가정신 발휘되겠나"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오랜만에 공개석상에 나와 정부 정책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사회학회·한국경영학회 공동 심포지엄에서 “기업이 크다 작다를 판단할 때는 글로벌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우리나라 안에서만 보면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네이버·카카오 같은 혁신기업에 국내 잣대를 들이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이 10조원 이상이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해 상호출자 금지, 순환출자 금지 등의 규제를 하고 자산 총액이 5조원 이상이면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해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등을 규제한다. 옛날식 관점에서 보면 기업 규모가 5조원이나 10조원대가 되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수십조원·수백조원대 회사가 수두룩한 상황에서 이런 규제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계열사 공시를 누락했다는 사소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는 이유로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 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인 카카오는 하루빨리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늘려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마련해야 되는데 재판이 끝나려면 수년을 기다려야 한다. 규모가 커진 기업의 투명 경영을 정부가 감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제조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와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등을 막기 위해 30여년 전에 만든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를 구글·아마존·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지금의 혁신기업에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누가 봐도 문제가 있다.

관련기사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기업가정신이다.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수많은 젊은이들이 스타트업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이 가운데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유니콘기업이 탄생하고, 이들이 글로벌 혁신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큰 기업은 부도덕할 것이라는 짐작만으로 규제의 칼을 들이대면 기업가정신이 설 자리는 없다. 지금은 더 많은 혁신기업이 나오도록 규제 대신 지원에 나설 때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