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예상보다 비둘기색 짙어진 연준...시장 "내달 금리 내릴것"

<금리인하 깜빡이 켠 美>

연준 "경기 면밀히 관찰...확장 유지 위해 적절히 선제대응"

ECB·BOJ도 돈풀기...각국 중앙銀 통화정책 일제 완화

파월 "내 임기는 4년" 트럼프 '연준 흔들기'에 일침도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19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했지만 통화정책 성명에서 “인내심을 가질 것”이라는 기존 표현을 삭제해 향후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19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했지만 통화정책 성명에서 “인내심을 가질 것”이라는 기존 표현을 삭제해 향후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9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통화정책 성명을 발표하자 금융 시장에서는 “이제 7월의 금리 인하 결정만 남았다”는 확신이 팽배했다. 그만큼 연준이 이날 시장에 보낸 신호는 모든 면에서 ‘비둘기적(Dovish)’이었다. 앞서 미 경제지표 호조를 이유로 금리 조정에 ‘인내심’을 보인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연준은 이날 확대되는 경제 불확실성을 부각하며 ‘인내심’ 표현을 삭제해 경기 둔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강하게 시사했다.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가 뚜렷해진 가운데 앞서 완화 대열에 동참 의지를 보인 유럽중앙은행(ECB)은 물론 일본은행(BOJ)도 20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연간 80조엔을 목표로 국채 매입을 늘리기로 하는 등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돈 풀기’ 움직임에 속도가 붙고 있다.

연준은 이날 FOMC 후 기준금리를 2.25~2.50%로 동결했지만 향후 기준금리의 방향을 제시하는 ‘점도표(dot plot)’에서 드라마틱할 만큼 비둘기 성향을 강화했다. 일단 연준의 연말 예상 금리는 기존 2.40%(중간값)로 유지됐지만 총 17명의 FOMC 위원 중 지난 3월에는 한 명도 없던 금리 인하 전망이 8명으로 급증했다. 직전 회의에서 위원 6명이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11명은 금리 동결을 예측한 데 비해 단숨에 FOMC 분위기가 금리 인하로 전환한 셈이다.

특히 금리 인하를 시사한 위원 8명 중 7명은 50bp(1bp=0.01%) 인하를 전망해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예상보다 연준이 더 비둘기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금리동결을 지지했던 FOMC 이사들도 최근 통화완화적 근거가 강해졌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의 통화정책 성명에는 올 들어 줄곧 반영됐던 ‘인내심(patient)’을 보이겠다는 문구 대신 “경기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연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위한 거의 모든 수순을 마쳤다는 관측에 금융 시장은 ‘7월 인하’를 확신하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 선물 시장은 다음달 말 FOMC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100% 반영했으며 한꺼번에 0.50%포인트가 인하될 가능성도 30%를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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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통화정책이 급격히 완화적으로 옮겨가며 2008년 10월 이후 10년 만의 기준금리 인하를 눈앞에 두게 된 것은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글로벌 경기 부진이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파월 의장은 “글로벌 성장세와 무역에서 지속적인 역류 흐름을 의식하고 있다”며 “그런 역류 현상이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무역 담판’ 결과가 연준의 금리 인하에 최종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미중이 전격적인 무역합의를 이루지 않는 한 연준이 무역전쟁 장기화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일찍 행동에 나설 여건들이 충족되고 있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지난해 4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매파 본색을 보였던 연준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옮겨가자 전 세계 중앙은행들도 일제히 ‘비둘기’를 띄우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앞서 18일 향후 경기전망이 개선되지 않으면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밝혔으며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도 20일 금융정책 결정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해외 여건 악화 등으로) 물가 안정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주저 없이 추가 완화를 검토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도 20일 통화정책위원회(MPC)를 열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 0.7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뉴질랜드와 말레이시아, 필리핀 중앙은행 등은 이미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인도 중앙은행도 지난 2월부터 이달까지 3차례 연속 금리를 낮췄다.

프루덴셜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 시장전략가는 “시장은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기대하지 않았다”면서 “시장의 반응은 연준이 지켜보며 필요할 경우 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크로스비 시장전략가는 “세계 중앙은행들이 완화적 통화정책에 모두 같은 입장을 보이면서 무역전쟁 등의 불확실성에도 글로벌 증시에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파월 의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연준의 독립성을 흔들며 자신의 교체 혹은 강등 가능성 등을 검토한 것을 염두에 두고 “내 임기가 4년이라는 것은 법적으로 확실하다”며 “임기를 모두 채우려고 한다”고 논란에 쐐기를 박았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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