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근로제에 따른 버스 파업 위기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경기도가 올해 하반기 중 16개 노선을 대상으로 ‘노선 입찰제 준공영제’를 전국 최초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의 ‘수입금 공동관리형 준공영제’에 대해 세금낭비 비판이 제기되자 대안을 내놓은 것이지만 기존 노선 사업자에게 유리한 상황을 어떻게 개선할 지에 대한 방안은 빠져 ‘무늬만 입찰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기도는 24일 서울 여의도동 의사당대로 국회도서관에서 개최된 ‘경기도형 버스 노선입찰제 정책토론회’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16개 노선 120대의 광역버스를 대상으로 노선입찰 준공영제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노선입찰제는 지자체가 버스 면허에 연한을 둔 ‘한정면허’로 부여하고 노선별로 입찰을 부쳐 운송비용 절감·서비스 개선을 도모하는 것이다.
시범사업 대상은 양주 옥정지구 등 2기 신도시를 비롯 광주 등 중소형 택지개발지구, 이천·양평·연천 등 소외지역, 비수익 반납 및 폐선 4개 노선이다. 경기도는 기초 지방자치단체인 시·군에 버스 면허발급 및 노선관리 권한이 있다는 점에서 경기교통공사를 신설해 도·시군·공사가 버스 관련 업무를 분배하는 구상을 내놨다.
특히 경기도는 서울시가 2004년 도입해 현재 6개 특별·광역시와 제주특별자치도가 운영하고 있는 수입금 공동관리형 준공영제의 대안으로 노선입찰제 방식을 제시했다. 수입금 공동관리형 준공영제는 버스 1대를 운영할 때 드는 비용인 표준운송원가를 산출해 요금 수익을 뺀 나머지를 재정으로 보전하는 방식이다.
해당 제도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송 적자를 보전하기 때문에 운송업체의 비용 감축을 도모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전국버스연합회에 따르면 6개 특·광역시 기준으로 재정보조금은 2014년까지 10년간 3.8배 증가한 바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노선입찰제는 준공영제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버스업체의 자발적 서비스 개선을 유도하는 새로운 버스 운영 모델이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다만 노선 입찰제가 ‘알짜 노선’에는 적용되지 못한 채 자투리 노선에만 그칠 수 있다는 반박이 제기됐다. 노선 입찰을 시도하려면 종점 차고지·버스 차량 등을 확보해야 하는데, 신규 사업자가 이를 확보하기는 실질적으로 어려워 기존 사업자와 경쟁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경기도는 유럽 사례를 들어 노선입찰제가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강조하지만 영국 런던의 경우 차고지를 지자체가 소유하는 공영제를 바탕으로 준공영제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민영제에서 준공영제로 변화를 추구하는 국내와는 실정이 다르다.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대표는 “입찰을 하려고 하면 새로운 플레이어가 필요하다”며 “차고지와 환승센터 등 공공이 소유한 자산이 많아야 하는데 경기도에서 국가 지원을 확보하지 않으면 재원을 마련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버스회사 측은 경기도가 노선입찰제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정재호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 전무는 “내달 1일이면 주52시간 근로제가 적용돼 더 많은 기사가 필요한데 도내 1만500대 버스 중 준공영제 시범사업 대상은 120대에 불과하다”며 “이 부분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