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제도

올 정비구역 지정 '0'에 일몰제까지…더 줄어드는 재개발·재건축 공급

[심층진단 ☞재건축 왜 계속 오르나]

압구정·성수 등 38곳 '일몰' 대상

주민 사업추진 의지에도 해제 강행

추진위 설립하자마자 포함되기도

"구역 해제하면 다시 개발 힘들어

도심 공급 악영향…일몰제 신중을"



서울시에 따르면 올 1~3월 정비사업 구역으로 새롭게 지정된 곳은 ‘0곳’이다. 정부와 시가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서 신규지정 문턱을 넘은 곳이 한 곳도 없었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내년이면 서울 재건축·재개발 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정비구역 일몰제’의 적용으로 사업이 오랫동안 지연된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무더기로 정비구역에서 해제되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해제되는 구역 중에는 주민들의 사업 추진 의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인 문제로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는 사례도 있어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울은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지 않는 이상 가용 토지가 없다. 한 번 일몰제로 정비구역이 해제되면 다시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떨어져 도심 공급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해제된 지역의 심각한 주택 노후화에 대한 대책도 없어 일몰제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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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곳 대상, 압구정·성수 등 알짜도 대상=서울시는 서초구 등 각 자치구에 정비구역 일몰제 대상이 되는 사업지를 통보했다. 현재 서울에서 정비구역 일몰제에 해당하는 단지는 재건축 23곳, 재개발 15곳 등 총 38곳에 달한다. 여기에는 압구정3구역, 성수전략정비구역2지구 등 서울 정비사업 시장의 대어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이들 사업지는 추가 진척 사항이 없을 경우 내년 3월2일부로 정비구역에서 일괄 해제될 예정이다. 지난 2012년 최초로 도입된 정비구역 일몰제는 2016년 개정을 통해 2012년 이전부터 추진된 사업까지 확대 적용할 수 있게 됐다. 당시 단서 조항으로 4년의 유예 기간을 부여했다. 법 개정 4년 만인 2020년 3월2일 전국의 묵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지들이 대거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는 것이다.

서울시는 각 구청에 일몰제 예비 대상 사업지를 통보하는 한편 사업 추진이 오랫동안 지연됐음에도 불구하고 법규 해석의 문제로 일몰제 대상에서 제외된 서대문구 가재울 7구역과 북가좌 6구역, 광진구 자양7구역과 서초구 방배 7구역 등 4개 지역에 대해 일몰제를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에 질의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 추진위 막 만들었는데도 ‘일몰’=정부와 서울시는 사업이 사실상 멈춰 있는 정비사업을 정비구역에서 해제, 시간과 비용의 소모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취지에서 벗어난 적용 사례도 나오고 있다. 주민들의 반대에도 해제를 강행하거나 주민이 아닌 서울시가 수십 년 전 ‘아파트구역’으로 지정해놓은 것을 정비사업의 시작점으로 해석해 일몰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얼마 전 대법원에서 서울시의 승리로 판결 난 증산4구역이다. 증산4구역은 2014년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설립됐으나 2년 안에 조합설립 동의율인 75%를 채우지 못했다. 이에 추진위는 토지 등 소유자 32%의 동의를 받아 해제 기한 연장을 신청했지만 서울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주민들이 일몰 기한 연장을 신청했지만 서울시가 받아들이지 않고 구역 해제를 진행한 첫 사례다.

사업이 멈춰선 지 오래된 구역이라면 이 같은 조처가 덜 억울하지만 문제는 그렇지 않은 구역도 있다는 점이다. 내년 3월 일몰 시기가 도래하는 사업지 중 1976년 아파트지구로 지정된 곳들이 바로 그런 사례다. 압구정3구역, 여의도 광장아파트 등은 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을 정비계획으로 간주해 주민들이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사업을 본격화하기 전부터 이미 사업을 추진해온 것으로 해석한다. 압구정3구역의 경우 지난해 9월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는데 내년이면 일몰제 대상이 되는 상황에 놓였다.
박윤선 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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