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양주 2잔…대리 부르다 잠시 운전” '제2 윤창호法' 시행에도 정신 못차린 음주 운전자들

2시간여만에 2명 단속…면허정지·취소

음주운전자 “뭐하는 겁니까!” 분노 표출

"대리운전 불렀다니까요" 억울함 토로

경찰 “습관적 음주운전자 여전히 많아”

25일 0시22분께 서울 강남구 영동대교 남단에서 임윤균 서울 강남경찰서 교통안전계 경위가 음주측정기를 들고 있다.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된 서모(37)씨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면허정지 수준인 0.076%였다. 개정 도로교통법 상 면허 취소 기준인 0.08%에 불과 0.04% 모자란 수치다./서종갑기자25일 0시22분께 서울 강남구 영동대교 남단에서 임윤균 서울 강남경찰서 교통안전계 경위가 음주측정기를 들고 있다.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된 서모(37)씨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면허정지 수준인 0.076%였다. 개정 도로교통법 상 면허 취소 기준인 0.08%에 불과 0.04% 모자란 수치다./서종갑기자



“안 잡힐 줄 알았는데 결국 잡히네요. 습관성 음주운전은 어쩔 수 없나 봐요.”

기자의 질문에 20년 가량 교통과를 지킨 ‘베테랑’ 박종탁 서울 강남경찰서 교통안전계 2팀장은 “네, 그렇죠”라며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제2 윤창호법’ 시행에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음주운전자들이 붙잡혔다. 25일 자정부터 2시간 동안 서울 강남경찰서 교통과 경찰관들이 영동대교 남단과 청담동 명품거리 일대에서 진행한 음주운전 단속 현장을 동행했다. 1주일에 달하는 대대적인 홍보 기간과 월요일에서 화요일로 넘어가는 평일이라 단속 건수가 없으리라 예상했다.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불과 2시간 만에 면허 정지 1명과 면허 취소 1명 총 2명이 단속에 걸렸다.


‘제2 윤창호법’ 시행 첫날. 이날 강남경찰서 교통과는 영동대교 남단 봉은사역 방면과 성수동 방면 2곳에 경찰관 10명을 배치해 음주단속에 나섰다. 경찰관들은 맡은 구역에서 음주측정기와 경광봉을 들고 분주히 음주단속을 실시했다. 단속 시작 22분 만에 첫 음주운전자가 적발됐다. 하얀색 아우디 차량을 탄 서모(37)씨였다. 그는 회식을 마치고 귀가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음주 측정 결과 서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76%였다. 0.04% 차이로 면허 취소를 간신히 피했다.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0.03~0.08%는 면허 정지, 0.08% 이상은 면허 취소다.

면허 취소를 면했지만 서씨는 경찰에 “지금 뭐하는 거에요”라며 불쾌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면허 정지 수준의 수치가 나온 후 그는 현장에서 조서를 작성하려는 경찰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서에 가서 하자고!”라며 시비조로 말하기도 했다. 단속 경찰은 정중하게 그의 손을 뿌리쳤다. 서씨는 음주측정기를 불기 전 입을 헹군 물을 취재진을 향해 내뱉기도 했다. 한 단속 경찰은 “대대적으로 음주운전 단속을 알려 적발 건수가 0건일 줄 알았는데 막상 잡히니 허탈하다”고 말했다.

이후 40분 가량 소강상태가 이어졌다. 이날 새벽 1시께 강남경찰서 교통과는 청담동 명품거리로 단속 장소를 옮겼다. 일명 ‘스팟 단속’을 벌인 것이다. 임윤균 강남경찰서 교통안전계 경위는 “단속 장소가 음주운전자에게 노출되는 걸 막기 위해 대게 30분에 한 번은 옮긴다”고 설명했다.

25일 새벽 1시30분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명품거리 인근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홍모(35)씨가 음주측정기를 불고 있다.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0.11%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다./서종갑기자25일 새벽 1시30분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명품거리 인근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홍모(35)씨가 음주측정기를 불고 있다.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0.11%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다./서종갑기자


단속 종료를 30여 분 앞둔 새벽 1시30분께. 두 번째 음주운전자가 적발됐다. ‘음주운전자가 1명에 불과해 다행’이라는 생각은 당혹감으로 바뀌었다. 흰색 재규어 차량을 탄 홍모(35)씨는 “대리기사가 차를 찾기 쉽도록 잠시 운전했을 뿐”이라며 억울해했다. 경찰은 홍씨에게 미리 준비한 생수로 입을 헹구도록 한 후 음주 측정을 했다. 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0.11%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홍씨는 “평소 술이 약한 편이다”며 “양주 2잔을 마셨을 뿐인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음주운전 단속은 새벽 2시가 다 돼서야 끝났다. 임 경위는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으로 형량과 행정처분이 강화된 만큼 음주운전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며 “술 한잔이라도 마시면 핸들을 놓고 무조건 대리기사를 불러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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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교통경찰들은 ‘제 2윤창호법’ 시행을 계기로 습관적 음주운전자가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했다. 이날 단속을 실시한 한 경찰은 “음주운전은 유독 상습범이 많다”며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만큼 이들도 경각심을 가져 음주운전 단속 건수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5일 새벽 0시40분께 서울 강남구 영동대교 남단에서 서울 강남경찰서 교통과 소속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서종갑기자25일 새벽 0시40분께 서울 강남구 영동대교 남단에서 서울 강남경찰서 교통과 소속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서종갑기자


한편 ‘제2 윤창호법’ 시행 첫날 서울에서만 총 21명이 음주운전에 단속됐다. 이 가운데 혈중알코올농도 0.05∼0.08% 미만은 6건,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은 총 15건이었다. 면허가 취소된 15건 가운데 3건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1.0% 미만으로 기존에는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수치였으나, 개정법 시행으로 면허취소 처분이 내려졌다.

이날부터 시행되는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인한 면허정지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에서 0.03%로 변경됐다. 면허취소 기준도 0.1%에서 0.08%로 바뀌었다. 더이상 ‘소주 1잔은 훈방’이라는 공식은 통하지 않게 됐다. 음주운전 처벌 기준의 상한 역시 현행 ‘징역 3년 또는 벌금 1000만원’에서 ‘징역 5년 또는 벌금 2000만원’으로 강화됐다.

대검찰청은 교통범죄 사건처리기준을 강화해 음주운전 사고의 피해가 크거나 가해자가 상습범인 경우 징역 7년 이상에서 최대 무기징역까지 구형할 방침이다. 또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에서 운전을 하다 사람을 치어 사망하게 하거나 중상해를 입히면 상습범인 경우 구속 상태에서 수사한다.

강화된 기준에 따르면 10년 내 교통범죄 전력이 5회가 넘거나 음주사고 전력이 2회 이상인 경우에는 피해가 작더라도 중상해 사고와 동일한 수준의 구형과 구속 기준이 적용된다. 특히 사망사고를 내고 도주한 경우에는 예외 없이 구속영장이 청구될 방침이다.


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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