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이 발전하려면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과도한 대주주 적격성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규제 완화 없이는 제3인터넷은행 흥행 ‘실패’가 되풀이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국회에는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계류돼있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제3인터넷전문은행 불발로 본 인터넷전문은행의 위기원인과 발전방안’ 국회 토론회에서 오정근 건대 교수(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는 “IT 업종은 태생적으로 거대한 네트워크를 점유하는 독과점 산업”이라며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다른 산업과 똑같은 대주주 적격성 규제를 적용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오 교수가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거론한 것은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금융 당국 심사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주요 주주인 KT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금융위원회 심사가 중단됐으며 이에 따라 자본확충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그나마 카카오뱅크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적격성 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으로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다소 해소됐지만 근본적으로 법적 규제를 완화하지 않을 경우 다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오 교수는 “ICT 업종의 특성을 고려해 대주주 적격성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면서 “비 IT기업의 진입장벽 규제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빅데이터 규제 또한 인터넷은행 영업을 발목 잡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중국의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마이뱅크는 10만개에 달하는 빅데이터를 통해 3분 내 대출여부와 대출금리를 결정해 계좌조차 없는 소외계층에 중금리 대출을 내주고 있다”면서 “반면 국내 인터넷은행은 여신심사에 50여개 수준의 데이터만 활용하고 있어 중금리 대출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씁쓸해했다. 이 같은 과도한 금융규제를 과감히 풀지 않으면 제3인터넷은행 실패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오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네이버 등 IT 기업들이 국내에서 인터넷은행을 하기 어려워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3인터넷은행의 불발과 관련해 인가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종진 명지대 교수는 “금융 당국이 외부심사평가위원회의 결과를 무조건 수용하는 무책임한 태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올해 5월 말 외평위는 토스뱅크와 키움뱅크 모두 인터넷은행 인가요건에 미흡하다고 결론을 내렸고 금융위원회는 이를 수용해 예비인가를 불허했다.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실제 법 개정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최근 김종석 한국당 의원은 공정거래법 위반 등 요건을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와 관련해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축사를 통해 “금융 산업의 적격성 심사는 까다로워야 하지만 전혀 관련 없는 것까지 걸어 어렵게 하는 건 문제가 있다”면서 “(현재 인터넷은행 규제는) 실정법 위반이 있는 사람은 금융업을 하지 말라는 논리와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