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진(20·롯데)은 지난달 30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맥콜·용평리조트 오픈에서 시즌 4승째를 올린 뒤 “2016년 박성현 선수 이후 시즌 5승을 거둔 선수가 없는데 또 하나의 새로운 목표라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대세’ 굳히기를 넘어 새 ‘역사’ 쓰기에 도전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2년 차 최혜진은 상반기를 장악하며 KLPGA 투어의 역대급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다. 올 들어 열린 15개 대회 중 13개 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4개의 우승컵을 수집했다. 다승과 상금(6억6,789만원), 평균타수(70,57타)에다 각 대회 성적을 기준으로 하는 대상 포인트(265점)에서 모두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상반기 4승은 2007년과 2008년 신지애(31), 2015년 전인지(25), 2016년 박성현(26)에 이어 선수로서는 최혜진이 네 번째다. 상반기 남은 2개 대회에서 1승 이상을 보태면 새 기록을 세우게 된다. 하반기에 14개 대회가 예정돼 있어 이대로라면 2016년의 박성현은 물론이고 2007년의 신지애 넘기도 가능하다는 호사가들의 예상이 지나치지 않게 들릴 정도다. 신지애는 2007년 18개 대회 중 절반인 9승을 휩쓸었다. 박성현과 신지애는 국내 무대를 평정한 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공통점도 있다.
독주 태세를 갖춘 최혜진이 중국 원정에서 5번째 우승컵을 정조준한다. KLPGA와 중국여자프로골프(CLPGA) 투어 공동주관으로 5일부터 사흘 동안 산둥성 웨이하이의 웨이하이포인트 호텔&골프리조트(파71·6,070야드)에서 열리는 아시아나항공 오픈(총상금 7억원)이 무대다.
KLPGA 투어 상반기 최다승을 노리는 최혜진은 지난해 처음 출전한 이 대회에서 단독 4위를 차지했다. 해안에 조성된 웨이하이포인트는 페어웨이가 좁고 방향을 종잡을 수 없는 바람이 불어 공략이 여간 까다롭지 않다. 그린 적중률 81.3%로 아이언 샷 정확도 1위를 달리는 최혜진은 “코스가 좁은 편이라 과감한 플레이보다는 안정적인 경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전략을 밝히며 “상반기 대회가 2개 밖에 남지 않았는데 즐겁게 풀어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혜진과 함께 거론되는 강력한 우승 후보는 조정민(25·문영그룹)이다. 최혜진과 함께 단 2명뿐인 다승자(2승)로 상금(4억7,417만원), 대상 포인트(240점)에서도 최혜진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김지현(28·롯데)에 이어 1타 차로 준우승했던 조정민은 이번 대회와 다음 주 자신의 후원사 주최 MY문영퀸즈파크 챔피언십에서 선전을 펼쳐 최혜진의 독주를 막겠다는 각오다.
김지현은 지난 2주간 대회를 건너뛰고 어깨 부상을 추스르며 타이틀 방어전을 준비했다. 맥콜·용평리조트 오픈에서 2위를 차지한 이소영(22·롯데)은 우승 없이 상금 5위를 지키는 꾸준함으로 시즌 첫 승에 재도전한다. 1승씩을 거둔 김지현(28·한화큐셀), 박지영(23·CJ오쇼핑), 이다연(21·메디힐), 이승연(21·휴온스), 조아연(19·볼빅) 등 KLPGA 투어 멤버 39명과 CLPGA 투어 선수 39명 등 모두 78명이 출전해 컷오프 없이 우승자를 가린다. 파5에서 파4(440야드)로 변경된 10번홀은 주요 승부처로 떠올랐다. 495야드 파5로 운영된 지난해에 난이도 2위(평균 5.33타)에 자리했던 이 홀은 바람의 방향에 따라 공포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